심각한 재정난에 빠진 TBS가 추가 희망퇴직을 시행하며 강도 높은 구조조정에 나섰다. 그러나 민영화 이후 로드맵 등의 제시 없이 일방적으로 구성원들의 희생만 강요한다는 내부 불만이 쌓이면서 경영진의 책임 있는 자세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지난해 말 희망퇴직 등으로 이미 40여명의 직원을 떠나보낸 TBS는 지난 18일까지 추가로 희망퇴직 신청을 받았다. 목표 인원은 112명. 남은 인원의 3분의 1 이상에 달하는 규모였다. 그러나 실제 희망퇴직을 신청한 인원은 그 10% 수준으로, 목표치에 한참 미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TBS 경영진이 지난 16일 ‘직원에게 드리는 글’을 통해 “이번 조기희망퇴직 신청이 목표 인원에 미달할 경우 계속 수당을 지급하며 희망퇴직 접수를 이어갈 것이라는 약속을 드릴 수 없다”고 밝혔음에도 신청 결과는 저조했다. TBS가 제시한 희망퇴직 수당은 2개월치 기본급이었다. TBS는 올해 5월31일을 기한으로 서울시에서 93억원의 출연금을 받았는데, 이중 인건비로 허락된 약 81억원으로는 “2월까지 112명의 희망퇴직을 위한 비용과 3월부터 5월까지 180여 명에 대한 기본급” 정도만 지급 가능하다는 게 TBS측 설명이었다. TBS 경영진은 “남은 직원에게도 허락된 시간이 길지 않다”면서 추가 구조조정 가능성을 시사하기도 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희망퇴직은 목표치에 한참 못 미쳤고, 내부 동요만 더 키운 셈이 됐다. 구성원들은 정태익 대표 리더십에 강한 불만과 불안을 나타내고 있다. 희망퇴직 후 민영화 등의 청사진도 밝히지 않고, 서울시의회와의 소통 의지도 보이지 않으면서 인력 감축 등 직원들의 희생만 요구한다는 지적이다. 이에 교섭 대표 노조인 TBS노동조합은 “정태익 대표의 시간”이라며 분명한 거취 표명을 요구하고 나섰다. TBS노조는 지난 22일 낸 입장문에서 “대표의 불명확한 거취가 TBS의 정상화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며 이렇게 밝혔다. 노조는 또한 “TBS의 미래 비전 제시도 없는 사측의 무책임한 구조조정에는 분명하게 반대”한다면서 “사측은 향후 TBS의 로드맵에 대해서 명확하게 밝혀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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