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아오르는 총선의 계절… '정치 라이브'가 겨울잠 깨운다

[라이브 방송으로 독자 몰이]
경향 '구교형의 정치비상구'
시사IN '김은지의 뉴스IN'
JTBC '장르만 여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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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구 없는 극단정치, 여기서 문을 열겠습니다. ‘구교형의 정치비상구’ 시작합니다.”


오후 4시, 나비넥타이를 맨 구교형 기자의 힘찬 인사로 경향티비(경향신문 유튜브)의 생방송이 시작된다. 나란히 앉은 변희재 미디어워치 대표, 황두영 더불어민주당 서대문 갑 예비후보, 노영희 변호사가 각각 인사를 하고, 곧장 전날 터진 ‘빅뉴스’ 윤석열 대통령의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사퇴 요구 파문에 대해 논평하기 시작한다.

경향신문 유튜브 채널 경향티비가 매일 라이브 방송 ‘구교형의 정치비상구’를 시작한 지 2주차에 접어든 지난 22일 경향신문 정동 사옥 3층에 위치한 스튜디오에서 생방송을 진행 중인 모습. 이날 패널로는 변희재 미디어워치 대표, 황두영 더불어민주당 서대문 갑 예비후보, 노영희 변호사가 출연했다.


이날(22일)은 정치비상구(월~금, 오후 4시)가 2주차 첫 방송이자 6회차 방송을 하는 날이었다. 경향신문은 지난 15일 정치비상구를 선보이며 “종합일간지 최초로 매일 라이브 방송”을 시작했다. KBS 라디오 PD 출신인 조휴정 CP를 유튜브팀장에 발령한 지 1주일 만에 이뤄진 전개였다. 경향은 이날 오전 경제 라이브 방송 ‘재덕이의 경제덕질’도 시작했으며, 조만간 라이브 방송을 4개까지 늘린다는 계획이다.


언론사들이 유튜브 라이브 방송에 너도나도 뛰어들고 있다. 특히 총선이 다가오면서 정치·시사를 다루는 생방송 콘텐츠가 늘어나고 있다. 라디오처럼 매일 생방송으로 정치 현안 등을 다루며 화제를 뿌리고 빠르게 구독자도 늘려가면서 ‘정치의 계절’ 특수를 누리는 중이다.

제22대 총선(4월)이 다가오면서 매일 정치·시사 현안을 다루는 라이브 방송이 많아지고 있다. 사진은 JTBC ‘장르만 여의도’.


그 선두에 있는 게 JTBC다. JTBC는 총선을 5개월 앞둔 지난해 11월13일 유튜브 채널 ‘장르만 여의도’(월~금, 오전 11시)를 처음 선보였다. ‘삼프로TV’, ‘매불쇼’ 등으로 유명한 정영진씨(정프로)를 진행자로 영입해 ‘한없이 가벼운 정치·시사 토크쇼’ 콘셉트를 내세웠는데, 이게 소위 ‘통했다’. 첫 방송을 한 지 두 달이 채 안 돼 구독자 5만 명을 돌파하더니, 지금(23일 기준)은 7만 명을 목전에 두고 있다. 빠른 성장에 JTBC 내부는 고무된 분위기다.


장르만 여의도는 원래 JTBC 선거방송기획단에서 총선에 대비한 디지털 전략으로 기획한 방송이다. 예정대로라면 4월 총선과 함께 방송도 끝나야 하지만, 진행 과정에서 수요가 상당함을 확인해 총선 이후까지 확장될 가능성이 커졌다. 장르만 여의도를 총괄하는 모바일콘텐트2팀과 선거기획단을 동시에 이끄는 정강현 팀장은 “분위기가 좋다”고 전하며 “보는 동안에는 웃음이 터지지만, 저녁 자리에 가서 사람들과 얘기할만한 정보도 충분히 주기 때문에 시청자 신뢰가 생기지 않았나 한다”고 말했다.

제22대 총선(4월)이 다가오면서 매일 정치·시사 현안을 다루는 라이브 방송이 많아지고 있다. 사진은 시사IN ‘김은지의 뉴스IN’.


시사주간지 시사IN도 올해부터 유튜브 라이브를 매일 방송으로 개편했다. 지난 2일 정치 라이브 ‘김은지의 뉴스IN’(월~목, 오후 5시)을 선보이며 4월10일 총선까지 생방송을 이어간다는 계획을 밝혔다. 김은지 정치팀장이 직접 진행을 맡아 정치 현안을 짚고 정치 뉴스의 맥락을 살핀다. 김은지 팀장은 “총선을 앞두고 유튜브를 활성화하기 가장 좋은 방법이 뭘까 고민하다가 데일리하게 뉴스를 전하며 흐름을 따라가는 게 좋을 것 같아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시사IN은 그 전에도 정치 등을 주제로 주 3회 라이브 방송을 해왔는데, 구독자는 7~8만 명 내외에 머물렀다. 그러던 게 매일 라이브 방송을 시작한 지 2~3주 만에 10만을 넘고 23일 기준 11만 명까지 늘었다.


라이브 방송의 ‘모객’ 효과는 경향신문도 경험했다. 8만 명대 초반이던 유튜브 채널 구독자가 매일 라이브를 시작한 지 1주일 만에 9만 명을 넘긴 것이다. 다만 정치 라이브를 통해 신규 유입된 구독자들이 기존 경향 유튜브 채널이 가진 정체성에 이질감을 드러내기도 해 채널 독립 등의 고민과 과제도 남긴다.


라이브 방송은 1시간짜리로 끝나지 않는다. 생방송 영상을 이슈나 코너별로 편집해 썸네일(미리보기 이미지)을 달리해 올리고, 짧은 영상 여러 개로 나눠 쇼츠(숏폼 영상)로도 올린다. 방송에 출연한 정치인이나 평론가 등의 발언을 따로 기사로 쓰고, ‘인터뷰전문’을 올리기도 한다. 활용법이 다양한 셈이다. 지난 2일부터 매일 오전 8시 ‘뉴스들어가혁’ 라이브 방송을 진행 중인 이가혁 JTBC 기자는 “제목 달고 재미있게 썸네일 다는 등의 후반 작업이 라이브 못지않게 중요하더라”고 말했다. 지난해 말 신설된 라이브뉴스팀에 소속된 이 기자는 “인풋이 취약한 오전 프라임타임에 콘텐츠를 공급하는 역할도 하고 있다”면서 “이제 막 3주차를 지났는데 아직 실험하는 중”이라고 했다.


현업 중인 기자, 특히 인쇄 매체에서 일하는 ‘펜기자’가 매일 생방송을 하는 건 여간 부담스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정치·사회 현안에 대해 많은 정보를 가진 언론사가 매일 독자와 소통할 수 있는 창구가 필요하고, 이를 구현하는 데 유튜브라는 플랫폼이 적합하다는 판단은 대체로 일치했다. 구 기자는 “신문은 제작하고 다음 날 결과물을 내놓는데, 실시간으로 해볼 수 있는 것들을 찾아보자 해서 라이브 방송에 동의했다”고 전했다. 정치부 소속인 그는 정당 출입 대신 유튜브 라이브를 전담하지만, “밀도 있는 방송”을 위해 취재도 게을리하지 않는다. “기자의 장점이 드러나는 라이브쇼”가 그가 내세운 목표다.


장르만 여의도도 소위 ‘유튜브 문법’에 능한 진행자를 내세우는 대신 정치부 경험이 있는 취재기자들을 투입해 정보와 균형을 갖추도록 했다. “균형 잡힌 포지션”이 장르만 여의도팀의 제1원칙이다. 정강현 팀장은 “유튜브 정치 콘텐츠는 어느 한 진영 편에 섰을 때 구독자가 빨리 붙는데 그 길을 가지 말자는 게 진행자와 제작진 전원이 합의한 첫 번째 원칙이었다”면서 “다루는 방식은 가볍고 쉽게 다가가지만, 어느 한쪽에도 무게를 두지 않고 합리적인 시선으로 보는 그런 방향을 유지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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