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가 최근 상속 분쟁을 다룬 기획을 내놓으며 게임을 선보였다. 빚 상속을 막는 유용한 정보를 전하는 시리즈 한 취지를 흔하지 않은 게임 매체로 구현, 효과적인 전달을 꾀한 시도다.
한국일보 엑설런스랩은 지난 6일 기획 <상속 전쟁: 가족의 배신>을 통해 ‘상속게임, 쩐의 전쟁<사진>’을 내놨다. 고령화·저성장 ‘이 시대 마지막 로또’로서 상속 분쟁이 느는 분위기를 텍스트와 영상으로 전하고, 인터랙티브론 게임을 만들어 필요 정보를 전하는 장치로 활용했다. 게임제작에 참여한 박지영 한국일보 기자는 “기획에서 독자, 이용자가 꼭 알았으면 하는 게 빚 상속이었다. 인터랙티브로는 인터랙티브만 할 수 있는 걸 하자는 팀 원칙 아래 시뮬레이션 방식으로 의견이 모였고, 디자이너 선배가 게임 방식을 제안했다”며 “내 선택으로 빚을 상속받을 수도 안 받을 수도 있는 느낌을 주는 게 중요하다고 봤다”고 설명했다.
도트 그래픽, ‘미연시’(미소녀 연애 시뮬레이션) 스타일로 구현된 게임은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주민센터에서 재산조회를 하게 된 이용자’란 설정을 던지며 시작된다. 재산조회 결과 수억원 빚을 확인하고 아버지 중고차를 팔아 갚을지, 생전 빚진 사람에게 돈을 갚으라고 할지 등 몇몇 선택을 하면 최종적으로 빚 상속 여부와 관련 정보를 알려주는 식이다. 흥미유발과 낮은 장벽, 특히 내 이야기로 공감케 하는 게임의 강점이 고려됐다. 참여인원 상당수가 빚을 진 게임 결과를 두고 박 기자는 “최대한 함정을 파서 많은 사람들이 빚을 상속받게 하려 했다. 기분이 나빠야 다시 해보고 기사도 찾아볼 수 있기 때문”이라며 “글 기사보다 훨씬 간단하게 정보를 줄이고, 언제 빚 상속이 되는지 선택지를 만드는 게 특히 어려웠다. 취재거리를 가져가면 영상·인터랙티브 팀원 등과 회의를 거쳐 미처 생각지 못한 게 만들어지는 경험도 새로웠다”고 했다.
최근 타 부서 발령이 난 강윤주 당시 엑설런스랩 팀장, 박 기자와 더불어 이성원 현 팀장, 박길우 디자이너, 이정재 개발자 등이 관여했다. 드물게 이뤄진 게임 저널리즘 시도이자 디지털 협업이 궤도에 오른 국내 언론의 경험치를 드러내는 사례다. 이성원 팀장은 “영상, 인터랙티브를 당연히 해야 하는 부서 특성상 긴밀한 협업은 필수다. 구현 방식 등에서 감각이 좋은 디자이너, 개발자와 회의를 거쳐 주제를 구체화하고 지속 소통하며 상호 작업에 반영하는 식”이라며 “이번엔 기자, PD, 작가가 함께 나가 취재를 많이 하며 고생을 공감하고 서로 도움도 줬는데 여러모로 유기적이었다고 본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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