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란 말을 달고 사는 게 언론사라지만, 지난 2023년은 특히 더 힘들었던 해로 기록될 것 같다. 연초부터 삼성 등 대기업 광고주들이 허리띠를 졸라매면서 언론사 광고매출이 직격탄을 받았고, 상당수 언론사의 상반기 영업실적이 적자를 면치 못했다. 하반기엔 사정이 좀 나아져 적자 폭을 줄이거나 흑자 전환을 하기도 했지만, 위기의 징후만큼은 또렷이 각인된 해였다.
지난해 광고시장이 얼마나 어려웠는지는 데이터로도 확인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코바코)가 16일 발표한 ‘2023 방송통신광고비 조사’ 결과를 보면 2023년 국내 전체 광고비는 미국발 고금리, 경제 성장 둔화 영향으로 전년 대비 5000억원 넘게 감소한 것으로 예측됐다. 특히 방송 광고비는 7000억원 넘게(17.7%), 인쇄 광고비도 2000억원 이상(9.7%) 준 것으로 추정된다. 2023년 광고비는 조사 대상 업체들이 지난해 7~10월 예상한 광고비로 실제와 달라질 수 있다.
지난해 광고비가 늘어난 분야는 온라인과 옥외 광고 정도다. 온라인도 PC는 줄고 모바일만 늘었다. 방송 광고는 지상파, 유료방송(PP) 할 것 없이 모든 부문에서 줄고, 신문도 전년 대비 2000억원 넘게 빠질 것으로 예측됐다.
그렇다면 올해 사정은 좀 나아질까. 우선 올해는 지난해(1.4%) 대비 기저효과로 경제성장률이 소폭 상승(2.2%)할 것으로 예상되고, 1~2월 아시안컵 대회와 4월 총선, 7~8월 파리올림픽 등이 있어 지난해보다 나아질 거란 기대가 있다. 방송통신광고비 조사에서도 올해 총광고비는 작년 대비 2.7% 정도 성장한 16조4367억원으로 2022년 수준을 회복할 것으로 전망됐다. 그러나 성장 폭은 예년보다 둔화하고, 모바일과 옥외, 인쇄 광고 등은 늘어나는 반면 방송 광고는 계속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특히 지상파TV 광고비는 1조676억원으로 ‘1조원’ 선이 무너지는 건 시간문제로 보인다. 미디어 이용 환경이 그만큼 바뀌었기 때문이다. ‘2023 방송매체 이용행태조사’를 보면 주5일 이상 TV를 이용한 비율은 71.4%로 전년(75.5%) 대비 감소한 반면, 스마트폰 이용률은 3년 연속 90% 이상을 유지했다.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이용률 역시 77.0%로 전년(72.0%) 대비 5.0%p 증가했으며, 특히 10~30대는 거의 100%에 육박했다.
이런 상황에서 글로벌 OTT들이 잇따라 도입한 광고형 요금제도 국내 방송사업자에겐 악재다. 코바코가 지난해 6월 펴낸 ‘글로벌 OTT가 국내 광고시장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에서 넷플릭스의 광고매출이 국내 광고시장에 미칠 영향을 정량 분석한 결과 OTT 광고매출이 1억원 증가할 때 국내 총 광고매출은 6888만원 증가하며, 지상파방송 광고매출은 3382만원 감소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연간 단위로 계산하면 지상파방송 광고매출은 279억원에서 최대 1257억원까지 줄어들 것으로 추정됐다. 보고서는 “전체 파이가 일정 정도 정해져 있는 광고시장에서 글로벌 사업자의 광고요금제가 조금씩 로컬 및 전통적 사업자들의 영역을 대체해가는 중”이라며 “광고시장의 경쟁이 더 치열해지는 등 파급효과가 클 것”으로 예상했다.
이런 가운데 국내 OTT 티빙도 올해 들어 광고형 요금제를 도입하고 아시안컵에 이어 프로야구 온라인 독점 중계권 확보에 나서는 등 공격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지상파 OTT인 웨이브도 광고형 요금제 도입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는데, 구독자 증가와 광고수익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올해 전체 광고시장에서 중요한 변수로 ‘쿠키리스’도 빼놓을 수 없다. 개인정보보호 규제 강화 추세에 따라 쿠키(웹 사용내역) 수집이 제한되면서 온라인 광고시장의 일대 변화가 불가피해졌기 때문이다. 구글은 온라인 맞춤형 광고에 사용되는 제3자 쿠키(써드파티 데이터) 제공을 1분기부터 순차적으로 중단해 3분기엔 전면 중단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퍼스트파티 데이터를 확보하지 못한 업체는 맞춤형 광고를 하기 어려워지고, 그만큼 도달률이 낮아져 광고수익도 줄어들 수밖에 없다. 국내 언론사들이 쿠키리스 시대에 얼마나 대비돼 있는지 점검해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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