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신문(한경)의 <‘유료 공룡’ 쿠팡 대해부·사진> 기획 중 비판기사에 대해 쿠팡이 지난 3일 법적조치 등을 예고하며 불거진 갈등이 여전히 진행형이다. 최근 한경 신임 편집국장이 “아무런 문제가 없으며” “균형 잡힌 기사”란 입장을 기자들에게 재차 밝히는 등 강대강 충돌 분위기가 이어지는 모양새다.
한경 노조가 지난 12일 낸 바실회보에 따르면 한경과 쿠팡 간 갈등에 대해 이심기 신임 편집국장은 “언급된 기사는 쿠팡의 명암을 분석한 일곱 번째 시리즈 기사로 판매액의 절반을 수수료로 가져가는 쿠팡의 약탈적 행위에 대한 내용이었다. 앞선 시리즈 기사들은 쿠팡에 대한 일종의 찬사 그리고 영향력이 커지는 부분에 대한 것이었다”며 “나름 균형 잡힌 기사였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어 “팩트에 의한 기사였기 때문에 아무런 문제가 없으며, 회사에서 공식적으로 대응해서 처리할 것”이라며 기자 개인에겐 피해·불이익이 없을 것이라고도 했다.
앞서 쿠팡은 지난 2일(지면 3일) 한경의 <“팔면 팔수록 수수료 늘어나”...‘쿠팡의 늪’에 빠진 중소 셀러들> 기사에 대해 ‘허위사실로 재벌유통사를 비호하고 혁신을 폄훼하는 언론보도’라며 크게 반발, 즉각적인 정정보도 청구 및 법적조치를 예고했다. ‘쿠팡이 수수료 45%를 떼어간다’는 내용이 허위이고, 보도가 “재벌유통사의 쿠팡에 대한 공격의 연장선”이란 입장이었다. 그간 “충분한 취재 과정을 거쳐 객관적 사실에 기초해 기사를 작성했다”며 맞서온 한경과 16일 언론중재위원회에서 1차 조정을 진행했고, 양쪽의 입장을 확인하는 선에서 자리는 마무리됐다. 앞서 쿠팡은 한국경제신문과 한경닷컴을 수신인으로 기자 5인에게 내용증명을 보내기도 했다.
한경은 지난해 12월20일부터 <쿠팡, 명품까지 확장 파페치 5억弗 인수>, <전국 80%가 쿠세권… 아마존처럼 ‘생활 인프라’ 됐다>, <“1등 제품이라고 우대할 수 없다”… 납품사 무한경쟁 시키는 쿠팡>, <공채·파벌 없는 쿠팡… 동시 통역자만 200명 달하는 ‘다국적 기업’>, <쿠팡 온플법에 묶여 알리 대항마로 못 클 판>, <동생이 美 쿠팡 지분만 보유… 김범석 ‘총수 예외기준’ 다 충족할 듯> 등을 주요 기사로 한 시리즈를 진행해 왔고, 지난 3일 이후 기획을 멎은 상태다.
상당 언론이 쿠팡과 송사를 겪었지만 언론계에선 이번 상황을 이례적으로 보는 시선이 많다. 호의적이던 기사 성격이 갑작스레 달라지며 경영진 지시 등이 있었던 것 아니냐는 말이 한경 안팎에서 돌기도 했다. 이 국장은 앞선 바실회보에서 이와 관련 “그동안 쿠팡과 우호적인 관계를 맺고 있다가 갑자기 비판 기조로 돌아섰다고 보여지니까 (중략) 이야기가 나온 것 같다”며 “결론부터 말하자면 (윗선 지시가 아니라) 쿠팡의 명암에 대해 대해부를 하면서 이 같은 암을 좀 더 강조하는 것도 필요하다는 편집국 내부 컨센서스에 의해 나온 기사”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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