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이선균 배우의 사망과 관련해 대중문화예술인들이 12일 기자회견을 열고 수사과정에 대한 철저한 진상조사를 촉구했다. 언론을 향해서도 이씨 관련 보도가 공익적 목적에 부합한 것이었느냐고 물으며, 보도 목적에 부합하지 않는 기사는 이제라도 삭제할 것을 요구했다.
29개 문화예술관련 단체를 중심으로 결성된 ‘(가칭)문화예술인 연대회의’는 이날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달 27일 고인이 목숨을 끊기까지 2개월 넘게 이어진 경찰 수사와 언론 보도를 “인격살인”이라 규정하며, 재발 방지를 위한 대책 마련과 입법 등을 촉구했다. 이날 기자회견엔 고인의 대표작인 영화 ‘기생충’의 봉준호 감독을 비롯해 장항준 영화감독, 가수 윤종신, 배우 김의성, 영화 제작자 장원석 대표 등이 참석했다.
“이선균 녹취 보도한 KBS, 국민 알권리 위한 것이었나”
이들은 성명에서 먼저 수사당국을 향해 “고인의 수사에 관한 내부 정보가 최초 누출된 시점부터 사망에 이르기까지 2개월여에 걸친 기간 동안 경찰의 수사보안에 한치의 문제도 없었는지 관계자들의 철저한 진상규명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이어 “수사가 진행되는 동안 공보책임자의 부적법한 언론 대응은 없었는지, 공보책임자가 아닌 수사업무 종사자가 개별적으로 언론과 접촉하거나 기자 등으로부터 수사사건 등의 내용에 관한 질문을 받은 경우 부적법한 답변을 한 사실은 없는지 한치의 의구심도 없이 조사하여 그 결과를 공개하기를 요청한다”고 했다.
특히 지난해 11월24일 고인이 유흥업소 실장과 나눈 전화통화 음성을 공개한 KBS 단독보도를 거론하며 “어떤 경위와 목적으로 제공된 것인지 면밀히 밝혀져야 할 것”이라고 했다.
또한, KBS를 향해서도 “혐의사실과 동떨어진 사적 대화에 관한 고인의 음성을 보도에 포함한 KBS는 공영방송의 명예를 걸고 오로지 국민의 알권리를 위한 보도였다고 확신할 수 있는가”라고 물으며 “KBS를 포함한 모든 언론 및 미디어는 보도 목적에 부합하지 않는 기사 내용을 조속히 삭제하기 바란다”고 밝혔다.
고영재 한국독립영화협회 대표도 별도의 발언을 통해 “디지털 감옥에 살 수밖에 없는 고인의 유가족을 위해서라도 간곡히 부탁드린다. 공공이익에 부합되는 게 아니라면 제발 기사를 삭제해 주시기 바란다”고 말했다.
이들은 “설령 수사당국의 수사절차가 적법했다고 하더라도 정부 및 국회는 이번 사망사건에 대해 침묵해서는 안 될 것이다. 형사사건 공개금지와 수사에 관한 인권보호를 위한 현행 법령에 문제점은 없는지 점검하고 필요한 법령의 제개정 작업에 착수해야 한다”라며 명확한 입법적 개선도 촉구했다.
이들은 기자회견이 끝난 뒤 이날 발표한 성명서를 국회의장과 경찰청, KBS 측에 전달하고 속칭 ‘이선균 방지법’ 제정을 위해 뜻을 같이 하는 모든 단체와 협력할 계획이라며 “납득할만한 결과가 나올 때까지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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