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여름 식사 자리에서 만난 체육계의 원로는 불쑥 “현장에 가보라”고 조언했다. 한국 구기종목이 위기라고 하는데 여고 농구 경기를 보면 더 참담한 미래가 기다리고 있음을 직감할 것이라는 얘기였다. 선수가 없어 팀원 5명을 못 채우는 학교도 있다고 했다. 반면, ‘라이벌’ 일본은 탄탄한 유소년 스포츠 저변을 바탕으로 국제무대에서 괄목한 만한 성과를 내고 있다. 무엇이 차이를 갈랐을까. 취재 기자 4명(유대근, 김지섭, 박준석, 송주용)이 2개월간 한국과 일본의 14개 도시를 돌며 취재한 ‘K스포츠의 추락, J스포츠의 비상’ 시리즈는 이런 문제의식 속에 기획됐다.
스포츠를 취재했지만, 스포츠만의 문제가 아니었다. 한국 스포츠는 인구 절벽과 폐쇄적 시스템 탓에 무너져 가고 있다. 사실 다른 분야도 비슷하다. 산업, 경제, 행정, 문화 등도 속도의 차이가 있을 뿐 결국 겪게 될 문제처럼 보였다. 40~50년간 공고했던 K스포츠 시스템의 변화 필요성을 다룬 이번 시리즈가 여러 분야에 힌트가 될 수 있다는 마음으로 기사를 썼다.
기자들에게 현실을 들려준 한국 스포츠 관계자와 노하우를 숨김없이 알려준 일본 체육계 인사들 덕에 가능한 보도였다. 장기 해외 취재를 결정해준 김영화 국장과 강철원 엑설런스랩장께도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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