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6월28일 서울 용산구와 동작구를 잇는 한강대교 아래 노들섬에 머리가 희끗희끗한 사람들이 하나둘씩 모이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한강 다리 교각에 하얀 종이로 만든 사람 모양의 인형들을 거꾸로 매달아 높은 곳에서 떨어지는 장면을 표현(연출)하고 있었다. 평화재향군인회와 한국전쟁 전후 민간인 희생자 전국유족회가 사건 발생 57년 만에 한강인도교 폭파 현장에서 진행한 첫 합동위령추모제의 모습이다. 그 현장에서 ‘이렇게 한 많은 죽음들이 있었구나’라며 민간인학살과 관련해서 눈 뜨게 되었고, 나의 작업 주제로 정하게 된 계기가 되었다. 그 뒤로 제주 4·3 학살 터와 대전 골령골을 비롯해 전국에 흩어진 민간인학살 현장을 서성거렸다. 연차 휴가와 안식월 등 긴 휴가가 발생하면 작업지역을 넓혀 아프리카 르완다의 ‘제노사이드’, 캄보디아 ‘킬링필드’를 비롯한 아시아와 독일, 폴란드, 네덜란드, 체코, 오스트리아 등 나치 시절 강제 및 절멸수용소 등을 15년 넘게 헤매고 다녔다.
처음에는 책 출간이나 기사화하지 않고 기자로서 개인 ‘공부’라고 생각했다. 그러다 편집국에서 신문 지면에 칼럼 연재를 제안받았다. 지난 2021년 10월부터 현재까지 <사람아 사람아-제노사이드의 기억> 문패로 연재를 이어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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