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 재현에서 다양성을 확보하는 것이 점차로 저널리즘의 중요한 규준이 되어가면서, 서구 언론사와 관련 공적 기관들은 성소수자, 장애인, 선주민 등의 사회적 소수자에 대한 별도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고 있다. 호주의 경우 호주언론평의회(Australian Press Council)가 2019년 성소수자를 위한 보도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바 있고 영국의 언론인노동조합(National Union of Journalists)에서도 2021년 ‘NUJ guidelines on LGBT+ reporting’을 발표한 바 있다. 이러한 가이드라인은 성소수자의 성적 지향과 성정체성을 존중하고 성소수자의 신원을 보호하는 것을 강조한다. 또한, 성소수자의 정체성과 존재에 대한 부인, 비하의 의미를 담을 수 있는 용어 사용을 우려하여 어떤 표현이 적절한지를 제시하는 노력도 담고 있다. 무엇보다 이러한 가이드라인은 언론인들부터 성소수자에 대해 잘 모를 수 있다는 점과 그러한 무지를 개선하기 위한 노력이 언론의 공적 책무를 위해서는 필수적이라는 점을 강조하고자 한다.
우리 언론 역시 다양한 소수자 보도를 위한 가이드라인이나 보도준칙을 만들고, 언론사별로 별도의 내부 가이드라인을 구성하고 있다. 다만 성소수자 관련 보도에 대한 관심은 아직 충분히 기울이지 못하고 있다. 이는 일단 공적 영역, 즉 정치, 경제, 그리고 문화 영역 등에서 공개적으로 활동하는 성소수자가 드물기 때문일 것이다. 언론 보도에서 성소수자는 퀴어문화축제나 차별금지법 논의 등에서 성소수자 혐오가 주제가 될 때 주로 재현되어 온 한계가 있다.
이번 2023년 MBC 연예대상 시상식에서 트랜스젠더 여성 방송인 풍자씨가 신인상을 수상한 데 대한 보도량 역시 많지는 않았다. 사실 소수자 관련 보도의 어려운 점은 이러한 이벤트 보도에서 두드러진다. 이러한 이벤트에 과도하게 의미를 부여할 경우, 실제 현실은 변화하지 않는데 특정 개인의 성공을 부각하여 일종의 자기계발을 강조하는 게 될 수도 있고, 사회적으로 소수자의 현실에 대한 잘못된 인상을 전달할 수도 있다. 해당 분야에서 여성의 비율이 높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소수의 여성이 진출하기 시작한 것을 ‘여풍’이라고 언론이 명명하는 경우 이러한 비판을 받아왔다. 성소수자에 대한 언론 보도 역시 마찬가지이다. 홍석천씨가 2023년 청룡시리즈어워즈 후보에 오른 것과 풍자씨의 수상을 묶어 ‘방송가 성소수자 바람’ 등으로 표현하는 것은 더 많은 재현, 다양한 의제가 제시되지 않은 상황에서 다소 호들갑스러운 명명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성소수자의 경우 종종 정체성 존중의 의미보다는 일종의 ‘비정상성에 대한 타자화’에 의해 소재로만 다루어지기 쉽다는 점에서, 소수 사례에 대한 과도한 부각은 대중의 성소수자에 대한 무지와 혐오를 개선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동시에 이러한 상징적 사건에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 것 역시 언론의 책임을 다했다고 보기 어렵다. 소수자에 대한 미디어 재현의 핵심적 문제는 비가시화이다. 그저 소수자의 존재를 비추지 않는 것만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존재에 대한 비하와 멸시를 표현하기도 했다. 드라마에 성소수자의 성적 친밀성을 표현하는 장면이 등장했다는 이유로 방송심의에서 제재를 받거나, 지상파 방송에서 영화를 상영하면서 주인공의 성적 지향이 드러나는 장면을 편집하는 일이 있었던 것도 그리 오래된 일이 아니다. 그러니 우선은 성소수자가 미디어 재현에서 다양한 모습으로 등장하는 것 자체가 출발점이 된다는 점, 그래서 이번 수상과 같은 이벤트의 의미를 놓치지 않고 설명하는 것이 필요하다. 다른 한편으로 풍자씨의 수상에 대한 보도를 하면서도 우리 사회의 트랜스젠더 당자사들이 상처를 받는 일을 막기 위해 댓글창을 비활성화한 ‘미디어오늘’의 결정은 우리 사회의 여전한 성소수자 혐오 문제를 잘 보여주는 일이기도 했다.
우리 언론이 사회적 혐오를 개선하기 위한 미디어의 역할을 고려하면서 어떻게 성소수자 관련 보도를 해야 할 것인지에 대한 본격적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 출발점으로 보다 다양한 성소수자 당사자들의 정치, 문화, 경제 활동에 대한 의제 발굴이 시작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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