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와 데스크도 모르게 온라인에서 기사 삭제가 반복되는 걸 비판한 매일신문 기자들이 국장단이 참여하는 편집제작평의회에서 이 문제를 논의하기로 했다.
한국기자협회 매일신문지회와 전국언론노조 매일신문지부는 잇단 기사 삭제에 대한 편집국장의 설명이 충분치 않다고 보고 기자들 의견을 모아 국장단에 전달하기로 했다. 기자들은 오는 18일 편집국장과 부국장·부장단이 참석하는 편집제작평의회에서 편집국장의 구체적인 답변을 요구할 계획이다.
매일신문 기사 잇단 삭제는 지난 3일 매일신문지회와 매일신문지부의 공동 성명<사진>을 통해 알려졌다. 2022년부터 총 5건으로 가장 최근엔 매일신문이 지난 2일 19면 톱에 실은 <‘홍준표 초상화’ 고교 동창 대구미술관장 선임 논란> 기사가 당일 오후 온라인에서 사라졌다.
또 지난해 5월1일자 9면에 게재한 <경찰, ‘영주 아파트 토석 무단반출 및 채취량 축소 의혹’ 관계자 입건> 기사는 이튿날 오후 온라인에서 삭제됐고, 12월3일 <대구은행 캄보디아 로비 자금...검찰, 김태오 회장에게 징역 4년, 벌금 82억원 구형> 온라인 기사는 출고된 지 12분 만에 삭제되기도 했다.
매일신문지회와 매일신문지부는 성명에서 기사 잇단 삭제 사례를 열거하고, 발행인과 편집인에게 재발방지책과 구성원 앞 확약을 요구했다. 이에 대해 이춘수 편집국장은 이튿날 오전 입장문에서 “기사 삭제 시 창구를 편집국장으로 일원화하고 앞으로는 불필요한 오해가 없도록 반드시 설명하겠다”고 밝혔다.
기사 삭제에 대한 매일신문 기자들의 문제 제기가 처음은 아니다. 지난해부터 매달 노조위원장, 지회장, 차장급 이하 기자들이 참여하는 자유언론실천위원회와 편집제작평의회에선 지속적으로 기사 삭제에 대한 문제 제기가 잇따랐다.
지난해 11월8일 <혈세 들여 연수 갔다가 대통령 보러 돌아온 대구 북구의원들> 온라인 기사 삭제 건에 대해 이춘수 편집국장은 “이번만 양해해달라. 앞으로는 사정을 떠나서 주변 압력과 항의에 대해 내가 책임지겠다. 혹시나 불가피하게 기사를 내리면 담당 기자에게 꼭 연락하겠다”고 발언했다.
하지만 기자들은 성명에서 “재발 방지 확언은 부도난 어음처럼 지켜지지 않았다”며 “구성원들의 문제 제기 자체를 가볍게 여기는 건 아닌지도 우려스럽다”고 했다. 기자들은 편집국장이 밝힌 내용이 충분치 않다며 사내에 게시한 대자보도 계속 부착한다는 계획이다.
이춘수 편집국장은 4일 오후 기자협회보와 통화에서 “기사의 최종 생성 선택권은 발행인과 편집인에게 있다”며 “특정인의 사익, 이해관계에 따라서 삭제한 건 전혀 아니다. 기자들도 다 알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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