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보도자료 넣으면 AI가 기사 뚝딱? 언론사 속속 도입

조선 'AI 기사 작성 어시스턴트', 영남 'AI 이미지 생성 솔루션' 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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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조선)가 아침 보고나 보도자료를 입력하면 기사 초고를 자동으로 만들어주는 생성형 AI를 최근 편집국에 도입했다. 새해 여러 매체에서 생성형 AI 도입을 위한 개발 혹은 테스트가 진행 중인 상황이 확인되는 등 국내 언론사들의 AI 대응에 시동이 걸렸다. 구체적 활용단계에서 마주할 고민 역시 가시화되며 언론사의 새 과제가 부상하는 모양새다.

언론사에서 기자지원 도구 등으로 생성형 AI를 개발하고 도입하려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사진은 기사 작성 어시스턴트를 도입, 이를 활용해 출고된 조선일보 기사 리스트를 홈페이지에서 확인한 모습.

조선은 지난달 21일부터 ‘조선 AI 기사 작성 어시스턴트’를 기자 업무에 도입해 기사를 출고 중이다. 이날부터 8일까지 19일간 총 51개 관련 기사를 내놨고, “조선일보와 미디어DX가 공동 개발한 생성형 AI의 도움을 받아 작성한 기사입니다”란 문구가 포함되고 있다. 국제뉴스, 재계 인사 신년사, 기업 보도자료, 연구결과 등이 대다수며 현재로선 온라인 속보와 자료정리에 제한적으로 활용하는 꼴이다. 실제 이 도구는 아직 회사 CMS ‘아크(ARC)’와 별개로 마련된 웹에 접속, 편집국 부서에 전달된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넣어 이용케 하는 식으로 운영돼 여러 면에서 실험 단계로 보인다.


로그인을 한 기자들은 우선 제목과 보고내용을 넣는 ‘헤드라인’과 ‘발제문’ 칸을 마주한다. 여기 텍스트를 입력하면 10초 내에 200자 원고지 5~6매 분량 기사가 ‘그럴 듯한’ 조선 스타일로 나오는 식이다. 이 같은 이용기가 담긴 4일자 조선노보에서 회사는 “본지 기사 5만 건을 학습시켰다”고 설명했다. 분량은 단문(600~1000자), 장문(1200~1800자) 중 선택할 수 있지만 입력내용이 적으면 확인되지 않은 정보가 나타나는 ‘환각’이 발생할 수 있다. ‘쉽게 써달라’ 같은 추가요구를 할 수 없고, 스트레이트 외 포맷은 안 되는 한계도 있지만 “초기 반응은 대체로 긍정적”인 상황이다.


지난해 하반기 생성형 AI를 활용한 일반 이용자 대상 서비스가 동아일보(경제뉴스 AI 챗봇 ‘AskBiz’), SBS(정치인 이슈 요약 AI 서비스 ‘폴리스코어’) 등에서 나온 것과 별개로 또 다른 축인 기자지원 도구로써 AI 개발이 여러 언론에서 나오는 흐름이다. 이데일리의 경우 2022년 중앙그룹에서 인수한 이코노미스트와 일간스포츠 등 자매사 이데일리M 소속매체, 이데일리의 CMS를 통합 및 개편하는 작업을 해왔는데 이후 고도화 단계에서 생성형 AI 기능의 CMS 탑재를 염두에 두고 있다. 보도자료 정리, 기사제목 추천, 키워드 추출 등은 현재 테스트 중이고, 향후 편집국 요구에 맞춰 기사 이미지 생성 등 기능이 포함될 수도 있다.


기자들의 단순 반복업무를 획기적으로 줄인다는 목표로 지난해 하반기부터 관련 작업을 진행해 온 한국경제 관계자도 “기자들이 고부가가치 업무에 집중할 수 있도록 현재 개편을 추진 중인 CMS와 CTS에 다양한 생성형 AI 활용 기능을 적용할 계획”이라며 “국내 AI 스타트업과 손잡고 지난해 두 차례 AI 활용법 교육도 실시했다. 기자들이 서비스 기획 및 개발에 직접 참여함으로써 실질적으로 도움 받을 수 있는 툴을 만들기 위함”이라고 했다.

언론사에서 기자지원 도구 등으로 생성형 AI를 개발하고 도입하려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영남일보는 지난해 지역 IT기업과 협업해 ‘AI 이미지 생성 솔루션’을 개발했고, 2일자 지면을 통해 온·오프라인 제작에 도입한다고 밝혔다.

생성형 AI를 비교적 이르게 도입한 기성매체에선 여타 언론이 필연적으로 마주할 고민이 엿보인다. 일례로 영남일보는 지난해 한국언론진흥재단 지원을 받아 지역IT기업 멜라카와 함께 국내 신문사 최초로 ‘AI 이미지 생성 솔루션’을 개발해 2일자부터 온·오프라인 제작에 활용한다고 밝혔지만 저조한 이용에 고민이 있다. ‘스테이블 디퓨전’을 활용한 프로그램은 사진 없는 기사 이미지 생성, 잔혹한 사진 대체 용도로 도입됐지만 지난 2일 자사 보도로 지적했듯 풍경 사진과 달리 “사람이 중점이 되는 사진은 형체가 ‘일그러지는’ 등 다소 기술적 아쉬움”도 나타난다.


난점과 별개로 이 결과물을 사업화 하는 구상은 참고할 만하다. 박종문 영남일보 디지털담당 부국장은 “일상적으로 쓴다기보단 이벤트나 주목도를 위해 사용해 본 상황이다. 우리 사진 데이터를 학습시켰지만 서양인 이미지에 비해선 구현이 잘 안 되고, 내부에서 활성화가 안 되는 어려움이 있다”며 “기사 활용이 1차 목적이지만 서비스 성격을 강화해 국외 이용자도 올 수익사업으로 잇기 위해 작업 중”이라고 했다. 앞선 조선의 프로젝트 역시 조선과 클라우드 스타트업 베스핀글로벌이 함께 만든 조인트벤처 ‘미디어DX’에서 개발을 진행하며 사업화 가능성을 전망하는 평가가 많다.


언론사로서 AI 활용방식과 범위를 두고 기준을 설정하고 가이드를 마련하는 일이 구체적 현실 문제가 된 측면도 있다. ‘뉴스룸 어떤 기사, 어느 부서에서 어떤 용도로 쓸 것인가’, ‘활용을 위한 매뉴얼은 있나’, ‘문제 발생 시 대응은 어떻게 하나’ 등은 대표적 질문이다. 조선일보 노조는 앞선 노보에서 “서버 사용료 등으로 한달에 수백만원의 회사 비용이 들어간다. 유료 서비스이기 때문에 현재 사용 횟수는 월 5000건으로 제한돼 있다”며 “온라인 속보에만 활용한다면 큰 문제가 없겠지만 향후 활용 폭을 넓히려면 이 문제도 짚고 넘어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한 조합원 발언을 인용, “어느 연차까지 AI를 기사업무에 사용하게 할 것이냐 논의도 시급하다”며 “무분별하게 쓰면 저연차들의 기사 작성 능력이 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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