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권익위원회가 박민 KBS 사장의 금품 수수 의혹 신고 사건을 종결 처리했다. 박민 사장이 문화일보 재직 시절 민간 기업으로부터 자문료 명목으로 3개월 간 1500만원을 받은 데 대해 청탁금지법을 위반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판단이다. 박 사장을 권익위에 신고했던 언론노조 KBS본부는 “권익위가 박 사장에게 면죄부를 준 것”이라며 재고발하겠다고 했다.
정승윤 국민권익위원회 위원장 직무대리는 지난 8일 브리핑에서 “사실관계를 확인한 결과 박 사장은 민간 회사와 정식 자문 계약을 체결한 후 무급휴직 기간 등을 통해 약 3개월간 회사에 정기 또는 수시 자문을 해주고 자문료로 1500만원을 받은 사실이 확인됐다”면서 “법 위반 여부를 검토한 결과 청탁금지법상 수수 금지, 금품 등 예외 사항인 정당한 권원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정 직무대리는 이어 “피신고자 등의 대외활동허가원, 무급휴직 기록, 자문 계약서 등을 통해 해당 자문에 대한 권원이 확인됐고, 자문 당시 회사 관계자의 업무일지 등에 자문의 필요성 및 실제 자문이 있었음을 증빙할 수 있는 기록 등이 존재하고 있는 정황을 고려한 것”이라고 했다.
박 사장의 해당 의혹은 지난해 10월4일 KBS 이사회의 사장 후보자 면접 과정에서 드러났다. 박 사장은 문화일보 편집국장에 물러나고 휴직하던 2021년 4월부터 3개월 동안 일본계 아웃소싱 회사인 트랜스코스모스코리아 비상임 자문으로 월 500만원, 총 1500만원을 받았다고 했다. 당시 면접에선 “현직 언론인이 기업의 홍보와 이미지 개선에 대해 자문하고, 고액 급여를 받은 것은 이해충돌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박 사장은 당초 권익위에 유권해석을 의뢰해 자문 활동이 문제없다는 답변을 받았다고 했지만, 이사회가 입증 자료 제출을 요구하자 유권해석이 아니라 전화 상담을 받았다고 말을 바꾸기도 했다.
그해 10월17일 언론노조 KBS본부는 언론인에게도 해당되는 ‘공직자 등은 매 회계연도에 300만원을 초과하는 금품 등을 받아선 안 된다’고 명시한 청탁금지법 제8조를 들어 박 사장을 권익위에 신고한 바 있다. 이번 권익위 판단에 대해 KBS본부는 “권익위가 박 사장의 자문료 수수를 정당한 권원에 해당한다고 판단한 근거가 빈약하다”며 재고발 계획을 밝혔다.
KBS본부는 9일 성명에서 “권익위가 판단의 근거로 삼은 건 박 사장의 자문 계약서, 자문 회사 관계자의 업무일지 등인데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실제 자문행위가 이뤄졌는지를 증명할 자료는 어디에도 없다”며 “국회 인사청문회 당시 박 사장은 정세분석보고서를 작성했다며 정당한 자문이었다고 주장했지만, 야당 의원들의 요구에도 해당 자료를 제출하지 못했는데 권익위는 정당한 업무의 대가였음을 판단하기 위해 당연히 해당 자료를 확보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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