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일 방통위 '시간 부족' 이유로 지상파 재허가 의결 보류

[KBS2TV·SBS 초유의 '무허가 방송']
회의 당일 0시 돌연 회의취소 통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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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일 방송통신위원장이 지난달 29일 취임하면서 방송통신위원회 정상화 의지를 드러냈다. 취임 직후 바로 처리할 것으로 예상했던 지상파방송사 재허가는 ‘물리적 시간 부족’을 이유로 의결을 전격 보류하면서 당장 지난 연말로 유효기간이 만료된 방송사들은 당분간 ‘무허가’ 상태로 방송을 이어가게 됐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동관 전 위원장이 사퇴한 지 닷새 만인 지난달 6일 김홍일 위원장을 지명한 데 이어 인사청문회가 열린 지 이틀 만에 김 위원장 임명을 재가했다. 인사청문 보고서도 채택되지 못한 김 위원장을 이처럼 신속하게 임명한 것을 두고 야당에선 “최소한의 절차와 염치도 갖추지 못한 막가파식 임명”이라며 반발했다. 김 위원장은 그러나 업무 공백 최소화 의지를 드러내듯 임명 당일 취임식을 열고 이틀 후이자 일요일인 지난달 31일 첫 전체회의 개최를 예정하는 등 잰걸음을 보였다. 이날로 허가 유효기간이 만료되는 KBS 2TV와 SBS 등 지상파 재허가 문제를 매듭짓기 위해서였다. 김 위원장은 앞서 인사청문회 전에도 지상파 재허가 문제해결을 최우선 과제로 내세운 바 있다.

언론·노동·시민사회단체가 참여하는 언론장악저지공동행동(준)이 2일 정부과천청사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언론장악 포기하고 김홍일 방통위 해체하라”고 주장했다. /언론장악저지공동행동 제공


그러나 회의 당일 0시경 방통위는 돌연 회의 취소를 통보하고, 같은 날 오전 긴급 브리핑을 열었다. 이상인 부위원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위원장 임명 직후부터 안건 심의를 위해 12월29일과 30일 양일에 걸쳐 지상파방송사업자 재허가 안건을 검토하였으나, 34개사 141개에 이르는 방송국에 대한 자료를 심도 있게 검토하여 재허가 여부 및 조건 등을 결정하기에는 물리적인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하여 불가피하게 위원회 개최를 취소하게 되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 최대한 조속히 재허가 심의 절차를 마무리할 예정”이라며 “이러한 결정은 위원회의 적정한 심의를 위한 조치이므로 원칙적으로 방송사가 기간 도과에 따른 불이익을 입지는 않을 것”이라고도 밝혔다.


재허가가 끝내 기한을 넘긴 초유의 상황을 두고 여당은 “이동관 전 위원장의 반헌법적인 탄핵”을 밀어붙인 야당 탓을, 야당은 ‘검사 선배’이자 방송·통신 “문외한”인 김홍일 위원장 임명을 강행한 대통령 등에 책임을 묻고 있다. 조만간 방통위가 심의를 마치고 재허가를 의결하면 이 역시 또 다른 논란을 야기할 것으로 보인다. 야당과 언론단체 등은 지난달 20일 2인 방통위 체제의 위법성을 확인한 법원 판결 등을 들어 대통령 추천 2인만으로 어떤 불법적인 의결도 강행해선 안 된다고 주장해왔다. 하지만 김 위원장은 인사청문회에서 “(2인 체제가) 바람직하지 않지만 법률적으론 문제없다”며 “2인 체제도 심의·의결은 가능하다”고 밝힌 바 있다.


한편 김 위원장은 취임사에서 ‘공영방송 혁신’ ‘가짜뉴스 대응’ ‘포털의 사회적 책임 강화’ 등을 강조하며 이동관 전 위원장과 비슷한 태도를 보이기도 했다. 김 위원장은 “그동안 편향성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했던 공영방송이 정치와 자본, 내부의 힘에 좌우되지 않고 중립성과 공정성을 제고하도록 하겠다”면서 “공영방송의 거버넌스와 재원 문제 등에 대해 각계 의견을 들어 심도 깊게 검토하고, 과감한 경영혁신과 미래전략 수립을 통해 국민의 신뢰를 받는 공영방송으로 거듭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또한, 포털의 사회적 책임 강화를 위해 “포털의 뉴스 추천과 배열 등을 결정하는 알고리즘의 신뢰성·투명성을 높이고, SNS 등에서 무분별하게 확산되는 가짜뉴스에도 적극 대응하겠다”면서 “표현의 자유와 언론의 비판 기능이 위축되지 않도록 하면서도 온라인에서 건전한 소통이 이루어지고 사회적 신뢰를 확보할 수 있는 정책 방안을 마련하겠다”고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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