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희림 방송통신심의위원장이 가족과 지인을 동원해 ‘셀프 심의민원’을 제기했다고 의심된다는 부패신고가 접수된 가운데, 야권 방심위원들이 류 위원장을 비롯한 위원 전원의 대국민 사과 등을 안건으로 하는 전체회의를 소집했다. 류 위원장은 그동안 자신에 대한 비위 의혹에도 민원인 정보 유출에만 사과한다고 밝힌 채 직원들을 대상으로 수사를 의뢰하고 특별감사를 벌여 반발을 샀다.
옥시찬, 윤성옥, 김유진 등 방심위 야권 위원 3명은 지난달 28일 방심위 전체회의 소집을 요구했다. 류희림 위원장이 사실상 제보자를 색출하려는 모든 시도를 중단하고, 진상규명 방안을 마련하는 한편 방심위원 전원이 국민에게 사과하는 내용의 안건이 상정됐다. 정기회의는 오는 8일 예정돼 있지만, 야권 위원들의 요구에 따라 이보다 이른 3일 오후 2시에 임시회의가 열리게 됐다.
앞서 류 위원장은 방심위 명의로 서울남부지방검찰청에 신원을 알 수 없는 내부 직원을 찾아내 처벌해 달라는 수사의뢰서를 지난달 27일 제출했다. 직원이 민원인들의 정보를 언론에 제보해 개인정보보호법을 위반했다는 혐의다. 또 특별감사반을 편성해 직원의 비위를 조사하는 ‘기강감사’에 나섰다.
이보다 이틀 앞선 지난달 25일 뉴스타파와 MBC는 국민권익위원회에 익명으로 접수된 부패신고서 내용을 보도했다. 류 위원장이 가족과 지인 등 이해관계가 있어 보이는 40여 명에게 뉴스타파의 ‘김만배-신학림 녹취록’ 보도와 이를 인용한 MBC 등 방송사 보도에 대해 심의민원을 넣으라고 시킨 것으로 의심된다는 내용이다.
류 위원장은 비위 의혹에 대한 해명보다 민원인들에게 사과를 반복했다. 류 위원장은 2일에도 신년사를 통해 “가짜뉴스와 불법·유해 콘텐츠에 대한 민원 제기는 국민 누구나 할 수 있는 공익적 권리”라며 “이를 마치 사적 이해관계에 근거한 불법 민원인 것처럼 호도하며, 민원인들을 겁박했다든지 취재를 빙자해 민원인들을 보복 테러했다는 피해자들의 호소가 나온다”고 말했다. 뉴스타파와 MBC가 당사자들을 찾아가 반론을 취재했는데 이를 지칭한 것이다.
류 위원장은 그러면서 “피해민원인들이야말로, ‘진정한’ 공익제보자들”이라며 “피해 당사자분들에게 더욱 깊이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방심위 노동조합은 류 위원장이 본인의 비위에는 눈감은 채 제보자만 찾고 있어 ‘적반하장’의 태도를 보인다며 사퇴를 촉구해 왔다. 지난달 28일에는 전국언론노조가 류 위원장이 민원 업무를 왜곡해 방심위 업무를 방해했다며 직권남용 등 혐의로 정치권에 특검을 요구하기도 했다.
3일 전체회의가 예정됐지만 실제 회의가 진행될지는 미지수다. 방심위에 관한 규정까지 함께 담고 있는 ‘방송통신위원회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 시행령에 따르면 재적위원의 3분의 1 이상이 요구하면 반드시 회의를 소집하게 돼 있다. 방심위는 위원 정원이 9명이지만 현재 7명으로 운영되고 있어 야권 위원 3명의 제의만으로 회의를 요구할 수 있다.
하지만 같은 법에 따라 회의 진행을 위해 재적위원 과반이 출석해야 하고, 안건 의결을 위해서는 출석위원의 과반이 찬성해야 한다. 류희림 위원장을 비롯한 여권 위원은 4명으로, 전체회의에 불참하는 방법으로 야권 위원들이 요구한 대국민 사과 등 안건을 의결에 부치지 못하게 하거나, 출석하더라도 모두 부결할 가능성도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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