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진년 청룡의 새해를 맞이하며 각오를 다진다. 다사다난했던 지난해와 비교해 상황이 나아질 계기가 없는 탓이다. 언론계가 떠안고 풀어가야 할 숙제들은 더 험난한 여정을 예고한다.
한국 사회는 언제나 뉴스가 넘쳐나지만 2023년만큼 언론에 관한 기사를 많이 다룬 적은 없었다. 시행령으로 밀어붙여 30년 만에 분리징수를 하게 된 TV수신료, ‘대통령 명예훼손’을 들어 시작된 기자 압수수색, 연중 한 차례의 기자회견도 없이 언론과 소통의 문을 닫은 대통령실…. 우리 앞에 닥친 위기들을 전하는 데 상당한 에너지를 쏟아부었다.
기자협회보가 지난해 10대 뉴스를 ‘정치 권력의 노골적인 언론탄압’이라는 한마디로 정의한 것처럼 한국 언론은 이에 맞서 버티는 격동의 시기를 보냈다. 그리고 새해에도 진행 중이다. 윤석열 정부의 언론정책이 본격적으로 가동된 후 예상보다 더 힘든 터널을 지나고 있다.
게다가 2024년은 격변의 해다. 4월 총선을 앞둔 한국을 포함해 전 세계 40여개국에서 선거를 치른다. 40억명이 자신의 한 표로 민주주의에 참여한다. 대만과 러시아, 우크라이나, 미국까지 국제정세에 큰 영향을 미칠 선거 결과를 앞두고 긴장감마저 감돈다.
녹록지 않은 환경에서 언론이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인가. 유권자들이 진영논리가 아닌 정책 대결로 투표할 수 있도록 정도를 걸어야 한다. 조회 수 핑계를 댈 것이 아니라 여론과 시류에 흔들리지 않고 중심을 잡아 언론의 책무를 다해야 한다. 그것이 무력해지지 않는 길이다.
정치와 사회가 양극화될수록 기사 판단은 어려워졌다. 그럴수록 조회 수와 가십성 이슈에 함몰돼 편 가르기를 부추기는 악순환으로 빠지기 쉬운 것이 현재 우리의 상황이다. 언론사마다 처한 상황이 다르고 기자 사회의 다양성이 커져 현안을 다루고 대안을 제시하는 관점은 제각각이다. 복잡해진 이해관계와 첨예한 대립으로 한 목소리를 내거나 공감대를 모으기도 어려워졌다. 이 같은 각자도생이 관성으로 굳어져 언론 자체가 정치적 혼란의 공간이 되지 않도록 새해에는 힘을 모아야 한다.
누적된 과제에 대한 미래적 해법을 위해서라도 머리를 맞대야 한다. 젊은 층을 중심으로 뉴스 회피 현상은 심화하고 있다. 뉴스 이용도를 높일 궁리를 함께 해야 한다. 급변하는 미디어 환경에 맞춰 플랫폼 기업들과 관계를 재설정해야 한다. 유료화를 위한 노력, 시대에 맞는 콘텐츠 제작을 위해 투자하고 실험하는 경쟁 상대로 서로의 존재가 시너지를 만들어야 한다. 인공지능 기술 개발 과정에서 기사와 콘텐츠 저작권을 함께 방어해야 한다. 특히 생성형 AI가 초래할 취재 환경 변화는 네이버 뉴스 서비스를 넘어설 것으로 점쳐진다. 기사 무단 사용을 넘어 정보의 조작과 오용의 우려에 데이터·개인정보 보호 등의 필요성도 커졌다. 규제안 등을 마련할 때 회사를 넘은 공동 대응이 필수적이다.
정치권의 방송 장악, 한계에 다다른 미디어 수익 구조, 압수수색과 고소·고발 등으로 기자에 가해지는 압력까지 언론 환경은 악화일로이지만 기자들은 각자의 자리에서 취재하고 보도하며 책임을 다하고 있다. 현장에 있는 기자들이 휩쓸리지 않고, 본질을 찾을 수 있도록 언론인 동료의식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서로 연대하고 지지하는 연대가 발휘되는 한 해가 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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