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혁신과 수익 창출로 '자립 경영' 원년 만들 것"

[2024 신년사] 김유열 EBS 사장

  • 페이스북
  • 트위치
김유열 EBS 사장

사랑하는 EBS 가족 여러분.
새해가 밝았습니다. 새해가 되면 의례적으로라도 희망을 말씀드려야 하지만 그럴 수 없어 무거운 마음으로 인사를 올립니다. 곧 취임한 지 2년이 다 되어갑니다. EBS에 몸담은 지난 32년을 돌이켜 보며 남은 1년여 세월을 어떻게 보내는 것이 EBS를 위한 일인지 고심하며 새해 인사를 드립니다.

2019년 12월 부사장이 된 이후 갑작스러운 코로나 19의 급습으로 줄곧 “비상(非常)”의 글자를 떼지 못하고 지금까지 비상경영을 하고 있습니다. 2017년 일산으로 청사를 옮긴 이후 2020년을 제외하고 지금까지 EBS는 대규모 영업적자를 기록했고 하고 있습니다. 2020년 봄에는 코로나 19로 인한 교육공백 상태에도 대응하고 영업적자를 만회하기 위해 비용절감에도 나서야 했습니다. 그 후 지금까지 몇몇 부문을 제외하고 거의 모든 부문에 걸쳐 비용절감 조치는 계속되고 있습니다. 2018년, 2019년에도 비용절감 노력이 있었던 만큼 장기간 EBS 구성원 모두의 피로도, 불안감과 고통이 얼마나 큰지 잘 알고 있습니다. 저로 인하여 그 정도가 가중되었다고 생각하니 더욱 마음이 아픕니다.

모든 것에 대해 가장 큰 책임은 CEO인 제게 있습니다. 2020년 코로나 19로 인한 교육 공백의 해결사로서 원격교육을 통해 EBS가 전면에 나서면서 발생한 특수가 일시적이라는 사실을 모르고 대처한 책임도 제게 있습니다. 원격교육이 전면화되면서 EBS의 교재, VOD, 콘텐츠 판매가 급증하였고 교육보조금 지원도 크게 확대되었습니다. 펭수로 인한 수익 확대도 흑자에 큰 몫을 했습니다.

신규 사업으로 인해 비용은 발생하였는데 수익을 제대로 내지 못한 것도 제 책임입니다. “위대한 수업, 그레이트 마인즈”는 원래 수익 사업 차원에서만 시작된 것은 아니었습니다. 가장 공익적인 콘텐츠로 EBS의 공적 가치를 높일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세계적인 석학’은 글로벌화 할 수 있는 EBS의 몇 안되는 콘텐츠라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욕심을 내었었습니다. 공익성과 수익성,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고 “더 그레이트 마인즈 닷컴”을 런칭했습니다. 3년에 걸쳐 플랫폼 비용으로 약 50억원의 손실을 봤습니다. 성과를 거두지 못했습니다. 제 책임입니다. 구성원 모두는 희생적이고 헌신적으로 일했고 지금도 그렇습니다. 지난해 7월부터 외부 자원을 유치하고 올해는 우리 비용 투자 없이 외부와 공동사업형태로 국내 글로컬 대학 사업 발굴과 글로벌 진출을 위해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인구절벽과 학생 수 감소로 인하여 특히 교육기업은 내수시장이 급격 위축되면서 글로벌 진출을 적극 도모하고 있습니다.

7년 후면 초등학교 한 학년 학생 수, 10만 시대가 도래합니다. “글로벌”은 이제 선택이 아니라 필수가 됩니다. 대학은 이미 글로벌에 혈안이 되어 있습니다. 포스트 수능 시대도 대비해야 합니다. 글로벌 진출은 하루 아침에 되지도 않을뿐더러 한 번에 성공할 수도 없습니다. 우리의 직접 비용 없이 그레이트 마인즈 글로벌 사업에 헌신적으로 도전하는 동료들을 응원해 주시기 바랍니다. 앞으로 “그레이트 마인즈 닷컴”이 아니더라도, 실패를 교훈 삼되 포기하지 않고 글로벌로 진출하려는 도전은 시도되고 또 시도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방송단행본 사업도 소기의 성과를 만들어 내지 못했습니다. 이것 또한 제 책임이 가장 큽니다. 구성원들의 의견을 겸허히 받아들여 올해부터 방송단행본 직영 사업은 접고 대행 출판으로 전환했습니다. 많은 우려가 있던 ‘구독사업’은 정상 궤도에 오르기 시작했습니다. 한때 2019년 8억 원에 불과했던 연 매출이 2021년 17억 원, 2022년 21억 원으로 신장하다가 2023년에 약 30억 원에 이를 전망입니다. 앞으로도 성장 여력이 있어 보입니다.

사랑하는 EBS 가족 여러분,
새해의 시작에 희망을 자신 있게 말할 수 없지만 절망하고 낙담하고 있을 때도 아니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지난 2년 비상 경영을 통해 모두의 고통이 수반되었지만 새로운 가능성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디지털 전환기에 지식 콘텐츠 허브 구축”이 장기적인 목표였습니다. 투자예산 부족으로 인해 공격적으로 디지털 전환 정책을 수행하지 못했지만 성과가 조금씩 나타나기 시작했습니다. 지금까지 거의 모든 방송사는 광고와 콘텐츠 판매에 수익을 의존해 왔습니다. 전통적인 방송 수익 구조가 갈수록 위축되어 회복 불능에 있는 것도 주지의 사실이 된 지 오래되었습니다.

EBS도 예외는 아닙니다. 광고 수익이 한때 연간 400억 원에 달했으나 거의 반 토막이 나 있고, 콘텐츠 판매 수익도 줄고 있고 EBS에서 가장 큰 재원인 출판 수익도 줄어들고 있습니다. 전통 부문에서 대규모 신규 수익 창출은 불가능해 보입니다.

다행히 EBS는 여느 방송과는 다른 구조를 갖고 있습니다. 오래 전부터 방송 플랫폼 뿐만 아니라 인터넷, 모바일, 인쇄 등 모든 미디어 플랫폼을 통해 콘텐츠를 서비스하고 있습니다. 사람들은 EBS의 비전이 뭐냐고 묻곤 합니다. 저는 주저 없이 “디지털 전환기에 지식 콘텐츠 허브 구축”이라고 말합니다. 실제 비전이라는 것은 손에 잘 잡히지 않습니다. 더 직접적으로 표현하자면 “디지털 교육서비스와 수익 확대”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디지털 교육서비스와 수익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조직, 인력, 리소스를 전환하고 EBS만의 독특한 콘텐츠와 서비스를 개발하여 실시하면 디지털 대전환기에 EBS가 새로운 강자로 부상할 수 있다고 확신합니다. 이는 전통 방송사가 아닌 디지털 미디어 그룹으로 재탄생해야 가능한 일입니다. EBS는 2020년 코로나 19에 대응한 원격교육을 실시하면서 디지털 대전환의 성공 가능성을 확인했습니다.

2024년 3대 경영목표 중의 하나가 “디지털 혁신”입니다. 몇 년 전부터 디지털 혁신을 위한 다양한 정책을 실행하여 점차 성과를 내기 시작했습니다. AI를 이용한 디지털 교육 사업이 지난해 신규 수익을 창출한 데 이어 올해 더욱 확대될 것입니다. 올해에는 디지털 교과서 사업에도 참여하여 새로운 수익을 창출합니다. 온라인 멘토링 사업도 매년 신장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교육부와 “함께 학교”란 디지털 플랫폼 사업도 수행하여 수익을 내고 있으며 앞으로도 정부와의 여러 디지털 플랫폼 공동사업을 통해 새로운 수익모델을 만들어 낼 것입니다. 지난해 유튜브팀을 만든 이후 최근 유튜브 수익도 급증하고 있으며 구독사업 역시 본 궤도에 올라 본격 순수익을 창출해 내고 있습니다. 디지털 혁신을 통해 디지털 서비스와 수익을 확대하는 것이 비전일 뿐만 아니라 당장 올해부터 EBS의 새로운 수익원을 창출, 현실이 되고 있습니다.

2024년에는 디지털 혁신과 수익 창출로 “자립경영”의 원년이 되고자 합니다. 지난 몇 년간 고강도 경영혁신을 통해 150억 원 경상비용을 절감할 수 있었습니다. 비용 절감도 하루 아침에 이뤄지는 것이 아니란 걸 실감했습니다. 무엇보다 많은 사람의 고통이 뒤따라야 가능했습니다. 70% 수능연계정책이나 코로나 특수와 같은 외적 요인으로 인한 일시적 수익 급증은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는 교훈도 얻었습니다. 외적 요인으로 수익이 급증하는 경우는 일시적이었지만, 공사의 구조상 한 번 높아진 비용구조는 지속적인 적자요인이 됩니다. 자립경영을 하기 위해선 통제 가능한 수익구조와 비용구조를 반드시 만들어 내야 합니다. EBS는 외적 요인으로 성장한 이후 적자가 반복되는 경험을 되풀이 해왔습니다. 고통스럽지만 150억원의 경상비 절감은 그만큼 구조적 적자 요인을 제거한 셈입니다.

다행스럽게도 2024년에는 디지털 혁신을 통한 디지털 수익, 학습교재 수익, 지역 상생 강화를 통한 수익 등의 확대를 통해 새로운 70억 원 이상의 수익을 창출하게 됩니다. 학습교재 수익도 지난해 후반기 이후 점차 늘어나고 있습니다. 비용을 줄여왔는데도 불구하고 자력으로 수익을 늘려가고 있습니다. 특히 디지털 및 지역 상생 관련 수익은 해가 거듭될수록 늘어날 전망입니다.

지난해 12월 28일 임시 이사회에서 “2024년도 방송기본계획(안)”과 “2024년도 예산(안)” 보고와 심의가 있었습니다. “정체성 강화”, “디지털 혁신”과 “자립경영”을 경영 목표로 한 “2024년도 방송기본계획(안)은 원안대로 심의 의결되었습니다.

여러 차례 이사회 간담회와 임시 이사회를 통해 심도 있게 심의했음에도 불구하고 ”2024년도 예산(안)“은 최종 승인받지 못했습니다. 150억 원의 경상비를 절감하고 70억 원 이상의 신규 수익을 반영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수신료 분리 징수로 인한 수신료 수익 감소액 60억 원 계상되어 수입 2702억 원, 비용 2841억 원, 손익 139억 원의 적자편성(안)을 제출해야 했습니다. 올해 1월1일부터 사상초유로 준(準)예산(안)을 실행해야 합니다. 새로운 예산안이 이사회에서 승인될 때까지 불요불급한 예산을 제외하고 2023년도에 준(準)하여 예산을 집행해야 합니다. 매우 당혹스러운 상황입니다. 이사회에선 자본잠식이 예상되는 만큼 노사가 협력하여 적자 폭을 대폭 줄여 다시 예산(안)을 제출할 것을 주문했습니다.

사랑하는 EBS 가족 여러분,
제 불찰과 부족함으로 인하여 노사 간의 갈등이 두 달째 이어지고 있습니다. 희망과 단합으로 시작해도 힘든 시기에 서로의 갈등과 상처 속에 새해를 맞이하게 된 점 무엇보다 송구합니다. 1월 3일 임단협 7차 실무소위원회가 재개됩니다. 상생의 정신과 진정성을 갖고 소기의 성과가 나올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습니다. 진지하게 열린 마음으로 교섭에 임할 것입니다.

EBS를 사랑하고 응원하는 많은 국민과 시청자가 있습니다. EBS에 수신료를 더 할애하고 올려줘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습니다. 노사가 서로 양보하고 협력하여 자립경영의 기반이 다져진다면 2024년은 EBS가 새롭게 미래로 나갈 원년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디지털 대전환기가 많은 레거시 미디어에게 위기이겠지만 EBS에는 기회가 될 것입니다. 2024년은 이것을 확인하는 한 해가 될 것입니다.

2024년 새해를 성찰하며 시작합니다. 여러분과 더 소통하고, 부족한 점을 고치며 새로운 경영에 나설 것입니다. 여러분 모두가 함께 해줄 것을 기대하고 믿습니다. 2024년 새해를 맞아 EBS 가족 여러분 건강과 행복을 기원합니다.

감사합니다.

한국기자협회의 전체기사 보기

배너

많이 읽은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