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부터 입이 짧았다. 유명 맛집을 가도 한 그릇도 비우지 못한 채 숟가락을 내려놓는 일이 다반사다. 배달 음식은 남는 게 두려워 엄두도 내지 않을 정도다. 이런 내가 식탁에 몸을 바짝 붙이고 ‘전투 식사’를 하는 곳이 있다. 바로 충북 청주의 유명 맛집인 ‘왕뚝배기 감자탕’ 되시겠다.
이 감자탕집은 젊음이 가득한 청주대학교 먹자골목의 평균 연령을 크게 높였다. 저녁 시간에는 조금만 늦어도 퇴근한 직장인들이 자리를 금방 채워버린다. 인기 비결은 식당 내부로 들어가자마자 느낄 수 있다. 매콤하고 감질나는 냄새가 코끝을 찌른다. 아쉬운 게 있다면 가장 작은 ‘소’ 자가 2인분이라는 것. 그래서 항상 출입처 연락망을 뒤져 함께 올 사람을 며칠 전부터 찾아 놓아야 한다.
원래 진정한 고수는 화려한 기술은 필요 없는 법. 상차림은 감자탕과 겉절이, 섞박지가 전부다. 그렇지만 푸짐한 양에 넘칠 것만 같은 뚝배기를 보고 있자면 마음마저 여유로워진다. 잠시 기다리면 사장님이 다진 마늘을 넣고 국자로 휘휘 저어준다. 특별한 기술이 필요한 것은 아닌 것 같으나 장인 같아 보인다.
10분 정도의 시간을 인내한 후 맛깔스러운 냄새가 온몸을 휘감을 때 돼지 등뼈를 크게 한입. 야들야들하고 간이 잘 배어있다. 나도 모르는 사이 젓가락 대신 양손으로 등뼈를 들고 있다.
뚝배기 안에 숨어있는 쫀득쫀득한 수제비를 찾아 콩나물과 함께 입에 넣으면 저절로 밥을 찾게 된다. 감자를 한 입 거리로 으깨 뜨끈한 국물에 적셔 밥을 한술 뜨면 추위는 저리 가라다.
식사의 끝엔 절대 실점하지 않는 ‘특급 마무리 투수’ 라면 사리가 등판한다. 기본으로 당면이 들어있긴 하나 두툼한 라면 사리는 다른 매력이 있다. 개인적으로 국물과 어우러진 라면 사리는 정말 일품이다. 추운 날씨에 뜨끈한 국물이 생각난다면 한번 방문해 보시라. 커다란 왕뚝배기에 30년 내공을 담아 온 감자탕집의 ‘맛있게 매운맛’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기슐랭 가이드’ 참여하기
▲대상: 한국기자협회 소속 현직 기자.
▲내용: 본인이 추천하는 맛집에 대한 내용을 200자 원고지 5매 분량으로 기술.
▲접수: 이메일 taste@journalist.or.kr(기자 본인 소속·연락처, 소개할 음식 사진 1장 첨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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