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BS가 사면초가에 몰렸다. 지난 15일 서울시의회가 예고대로 내년도 TBS에 대한 ‘출연금 0원’의 예산안을 의결·확정하면서다. 시의회는 지난해 11월 서울시의 예산 지원 근거인 ‘TBS 설립 및 운영에 관한 조례’를 폐지하는 조례안을 가결했다. 그러면서 폐지 조례안이 2024년 1월1일부터 적용되는 만큼 더 이상 TBS에 출연금을 편성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이에 TBS 구성원들이 조례 적용을 막고 자구책 마련을 위한 시간을 벌기 위해 서울시장을 상대로 폐지 조례안의 무효확인 소송을 제기했지만 같은 날 서울행정법원에서 각하됐다. 조례의 효력으로 법률상 불이익을 볼 상대는 TBS이지 TBS 구성원들은 아니기에 소송의 원고 자격이 없다며 각하 결정을 내린 것이다.
이제 TBS의 마지막 희망은 폐지 조례안 적용을 6개월이라도 늦추는 것이다. 경영 독립을 준비할 최소한의 시간을 달라는 취지로 시의회에 요청한 사안이다. 서울시 역시 동의하고 있는 이 한시적 지원 연장에 대해 시의회가 어떻게 응답할지는 미지수다. 만약 지금처럼 강경한 태도로 연장 요청마저 거부한다면 결국 TBS는 사실상 폐국 수순을 밟으리라는 우려가 크다. 전체 운영 예산의 70% 이상을 서울시 출연금에 의지하고 있던 상황에서 지원이 끊기면 당장 직원들의 인건비조차 감당할 수 없게 되기 때문이다.
우리는 시의회가 TBS를 문닫게 할 의도가 아니라면 서울시와 TBS의 한시적 지원 요청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입장이다. 시의회가 강조한 것처럼 TBS가 지원없이 독자적 생존을 하기 위해서라도 연착륙할 시간은 필요하다. 민간기업이라고 하더라도 매년 300여억원의 고정수입이 하루아침에 사라진다면 생존해내기가 결코 쉽지 않다. 민간기업도 그럴진대 상업광고가 제한되고 변변한 수익사업도 없는 방송국에게 당장 자립을 재촉하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주문이다. 직원들의 퇴직금조차 마련하기 어려운 재정 상황에서 인력 감축이나 대대적인 구조조정도 말처럼 쉽지 않다.
TBS를 둘러싼 문제의 해법이 속도를 필요로 하는 사안은 아니라는 점도 ‘지원 연장’이 필요한 이유다. 사실 TBS 문제를 대하는 시의회의 속도전은 이해할 수 없는 지점이 많았다. 시의회는 2022년 6·1 지방선거 결과 12년 만에 국민의힘이 과반 의석을 차지하는데 성공하자마자 TBS를 공격 대상으로 삼았다. 시의회의 2호 발의 의안이 폐지 조례안이라는 점을 떠올려보자. ‘김어준의 뉴스공장’으로 대표되는 TBS 시사 프로그램의 정치적 편향과 편가르기식 보도가 많은 시민들을 불편하게 한 것은 사실이지만 한 방송사의 예산을 끊는 일이 서울시에 산적한 수많은 민생문제를 제칠 정도로 시급한 일이었나 싶다. 김현기 서울시의장은 “TBS의 교통방송으로 기능은 수명이 다해 예산 낭비”라는 이유를 들지만 TBS가 진작에 교통방송을 넘어 서울시민을 위한 공영방송으로 기능하고 있다는 사실도 간과되고 있다.
시간이 아쉬운 가장 큰 이유는 서울시민들이 TBS의 앞날에 대해 숙고해보는 과정을 갖지 못했다는 점이다. 1990년 문을 열어 33년간 시민의 사랑을 받아온 방송사의 존폐를 결정짓는 중대한 결정을 내리며 서울시민의 의견을 묻는 절차를 제대로 거쳤는지 시의회에 묻고 싶다. 앞서 지적한 바처럼 TBS 시사 프로그램이 많은 시민을 불편하게 한 건 사실이다. 지금 위기는 세금의 의미를 가볍게 여긴 TBS의 자업자득인 측면이 있다. 하지만 청취율 등이 말해주듯 해당 방송에 울고 웃었던 시민이 많았던 점도 부정할 수는 없다. 돈줄을 막아 TBS를 폐국으로 몰고가는 시의회의 방식으로는 서울시민들 간의 정치적 갈등만 더욱 깊어지게 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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