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시의 취재거부 7개월 만에 대구MBC가 법적 대응에 나섰다. 취재방해 금지 가처분을 신청한 것인데 이후 본안소송까지 이뤄지면 공권력의 취재거부에 대한 법적 정당성을 따지는 최초의 판례가 될 수 있다.
대구MBC는 지난 7일 홍준표 시장과 대구광역시를 상대로 시청사 출입제한을 풀고 취재방해를 금지하는 가처분 신청을 대구지방법원에 제출했다. 대구시는 가처분 신청서를 전달받지 못했다며 입장을 내지 않았다. 대구시가 답변서를 작성해 제출하면 법원은 조만간 심문기일을 열 예정이다.
대구MBC는 가처분 신청서를 통해 홍 시장의 차별적 취재거부가 언론의 자유를 침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지난 7월 폭우로 지방하천인 신천이 불어나 시설관리공단이 관리하는 물놀이 시설이 떠내려갔는데, 촬영을 막고 행정책임에 대한 질의에도 답변을 거부하는 등 ‘취재의 자유’를 실질적으로 제약하고 있다는 것이다. 헌법재판소는 기자실을 브리핑룸으로 전환하는 등 취재편의를 철회하는 정도로는 헌법이 보호할 취재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는데, 대구시의 취재거부는 이런 수준을 넘는다고 대구MBC는 주장한다.
대구시는 대구MBC 기자와 PD의 시청사 출입을 막고 소방서를 포함해 출자·출연기관 등 모든 산하기관에 지시해 촬영과 답변자료 제공을 금지하고 있다. 대구MBC가 ‘TK통합신공항의 중장거리노선 운항이 불가능하다’고 지난 4월 방송해 대구시 전체 공무원과 정책총괄단장의 명예를 훼손했다며 고소한 지 7개월째다. 대구MBC는 또 홍준표 시장이 명예훼손의 법리와 판례를 무시한 채 애초 무리한 고소를 했다고 주장했다. 2011년 대법원 판례에 따라 공직자 개인에 대한 악의적이거나 경솔한 공격이 아닌 이상 정책 비판 보도는 명예훼손으로 곧장 이어지지 않는다. 대구MBC 측 강수영 변호사는 “홍준표 시장이 검사 출신인데, 재직 당시 이런 사건을 받으면 기소하지도 않았을 것”이라며 “그런데도 계속 수사 중이라는 상태를 만들어 놓고 취재를 거부하는 반칙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홍 시장은 공권력에도 ‘취재를 거부할 자유’가 있다며 재판 결과가 나올 때까지 취재거부를 계속하겠다고 밝혀 왔는데, 경찰이 고소 사건을 무혐의 종결하자 이번에는 홍 시장 개인의 명예가 훼손됐다며 지난달 대구시 명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대구MBC는 가처분 결정 이후 본안으로 방해금지청구 등 민사소송을 제기할 예정이다. 하지만 법적 판단은 미지수다. 그동안 취재거부 사건은 몇 번 있었지만 법적 정당성을 제대로 따져본 사례는 거의 없기 때문이다.
부산일보는 정부의 기자실 출입금지로 생긴 손해 1억원을 배상하라며 2012년 제기한 소송에서 패소했다. 당시 재판부는 “출입정지 기간에도 대통령과 출입기자 산행에 참석했고, 다른 기자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취임식에서 강제로 쫓겨나지는 않아 출입정지가 엄격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치의학 전문지 덴탈이슈는 2020년 출입금지 조치를 풀라며 대한치과의사협회를 상대로 가처분을 신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재판부는 치협이 “지방자치단체나 공공기관이 아닌 친목을 도모하기 위한 사단법인”이며 “출입이 보장되는 장소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대구MBC 측은 본안소송 이후에도 헌법소원과 손해배상청구, 명예훼손과 직권남용 등 홍 시장에 대한 형사고발도 할 수 있다며 검토를 마친 상태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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