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영그룹, SBS 설립자인 윤세영 창업회장이 지주회사인 TY홀딩스 대표이사로 복귀한다는 소식이 지난 4일 알려졌다. 아들 윤석민 태영그룹 회장에게 회장직을 물려준 지 5년여 만에, 그것도 90세 고령에 다시 그룹 전체 경영을 총괄한다는 건데 복귀 배경을 두고 SBS 내부는 혼란스러운 분위기다.
윤세영 회장 복귀는 지난 1년여 간 부동산 경기 침체와 함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채무 문제로 인해 계속 제기된 태영건설 위기설과 맞닿아 있다. 윤 회장 복귀 소식을 전한 보도들에 따르면 태영그룹은 “건설업계 전체에 PF 우발 채무 등으로 어려움이 가중되는 상황 속 태영건설의 사회적 책무를 완수하기 위해 윤 창업회장이 경영 일선 복귀를 결정했다”고 전했다.
이런 가운데 TY홀딩스가 처음으로 건설부문이 아닌 방송사 지분을 담보로 대출을 받은 사실이 지난 4일 기사로 알려졌다. TY홀딩스는 SBS미디어넷 지분 70%와 디지털미디어렙사인 DMC미디어 주식 전량을 담보로 유동화거래를 위해 설립된 특수목적법인 ‘월드미디어제일차’로부터 760억원을 차입했다. 대출 만기는 2024년 11월30일까지 1년이다.
전국언론노조 SBS미디어넷지부는 곧바로 성명을 내어 “만약 특수목적법인이 주식에 대한 경영권을 행사한다면 어떻게 되는가. 또 1년 뒤에 TY홀딩스가 차입한 자금을 갚지 못하게 되면 SBS미디어넷과 소속 구성원들의 미래는 어떻게 되는 것인가”라며 우려했다.
이어 “태영건설과 TY홀딩스는 루나엑스CC 및 여의도 본사건물담보, 태영인더스트리 매각 등으로 재무구조 개선 노력을 하고 있다. 하지만 그 (대출) 목적이 SBS미디어그룹의 방송산업 분야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것이 아니라 태영건설을 지원하기 위한 것이라면 완전히 다른 차원의 문제”라며 TY홀딩스 측에 △차입 조건, 목적, 자금 반환 계획 등에 대한 정보 제공 △방송통신위원회의 대주주 변경 승인 조건인 소유와 경영 분리 이행에 대한 구체적 입장 등을 요구했다.
SBS미디어넷지부는 오는 14일 진행될 노사협의회에서 사측에 TY홀딩스 대출 관련 질의를 할 예정이다. 최장원 언론노조 SBS미디어넷지부장은 “사측의 답도 부족하다면 TY홀딩스 측에 교섭 요청이나 공문을 보내 답을 들어보려 한다”며 “구성원 입장에선 직원들이나 경영진의 노력과는 상관없이 회사의 미래가 달라질 수 있어 불안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SBS미디어넷과 달리, TY홀딩스가 상장사인 SBS 주식을 담보로 대출을 시행할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 다만 SBS 내부는 지난 2017년 당시 윤세영 SBS 회장이 박근혜 정부 동안 보도본부 간부들에게 “박근혜 전 대통령을 도우라”는 지침을 지속적으로 내렸다는 의혹을 받다가 ‘소유와 경영의 분리’를 선언하며 퇴진한 전적이 있는 만큼, 태영건설 위기를 해결하려는 과정에서 SBS 보도의 영향력을 이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 SBS 기자는 “창업회장이 복귀할 정도로 회사가 그만큼 어려워졌나 싶다”며 “곧바로 영향이 미치지는 않겠지만 장기적으로는 조직이나 인사에도 변화가 있지 않을까 싶다. SBS엔 여러 견제 장치가 있으니 쉽지는 않겠지만 또 어떤 방식으로 개입을 할지 예의주시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전국언론노조 SBS본부도 지난 5일 성명에서 “저간의 상황을 지켜보는 SBS 구성원들의 심정은 복잡하다. 무엇보다 향후 태영건설의 이익에 부합하는 일에 SBS가 동원되진 않을지 우려하는 목소리가 크다”며 “윤세영 창업회장은 2017년 당시 ‘SBS 방송, 경영과 관련해 일체 관여하지 않겠다는 강한 의지의 표현이자 명실상부하게 소유와 경영을 완전히 분리하는 제도적 완결’이라고 자평한 바 있다. 창업회장이 스스로 한 선언을 뒤집는 일은 결코 없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과거 윤세영 회장 체제에서 일했던 최금락, 오동헌 등 이른바 ‘올드보이’의 귀환에 주목하는 시선도 있다. 지난 6일 TY홀딩스는 최금락 전 법무법인 광장 고문을 신임 부회장으로, 오동헌 전 SBS비즈 대표를 부사장급 회장 비서실장으로 선임했다. 최 부회장은 SBS 보도본부장, 방송지원본부장, 이명박 정부 시절 청와대 홍보수석비서관을 지냈고 오 비서실장은 SBS에서 비서팀장, 경제부장 등을 거쳤다.
또 다른 SBS 기자는 “기자 출신들이 주요 직위에 오른 것”이라며 “채무에 따른 위기가 발생하지 않도록 그들의 인적네트워크를 활용하고 TY홀딩스 입장을 전달하는데 유효한 창구로 기대하는 게 아닐까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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