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고 볼 만한 언론이 적다는 시대에, 직접 언론사를 만들고 나선 이들이 있다. 지난 6월부터 10월 사이 뉴스하다, 뉴스어디, 코트워치 세 개의 언론이 출범했다. 각각 인천·경기 지역사회 탐사보도, 미디어 감시, 사법감시 전문매체를 표방했다. 기자는 대표 혼자이거나 두 명. 영업과 광고는 없다. 일반 시민들의 후원금으로 운영된다. 취재에 오랜 시간과 많은 노동이 필요한 탐사보도에 천착한다. 작지만 강한 비영리 독립언론의 모습이다.
이들 언론은 뉴스타파 함께재단에서 지난해 만든 저널리즘스쿨 ‘뉴스쿨’의 첫 성과다. 뉴스쿨은 기성 언론사 입사가 아니라 창업이 목표인 저널리즘 교육기관이다. 문서와 사람, 데이터를 추적하는 탐사보도 방법론과 비영리 저널리즘의 가치를 교육한 뒤 창업까지 돕는다.
출범한 독립언론들의 활동은 벌써 활발하다. 뉴스하다는 인천지방검찰청의 법인카드 사용내역을 분석해 부천지청이 국정감사 특수활동비를 국정감사 격려금으로 사용한 사실을 밝혀냈다. 뉴스타파를 비롯한 6개 언론사와 3개 시민단체가 꾸린 검찰 예산검증 공동취재단 활동의 일환이었다. 덕분에 지난달 전국언론노동조합 민주언론상 보도부문 특별상을 받기도 했다.
뉴스어디는 언론사의 돈벌이 수단이 된 ‘기사형 광고’를 추적해 이목을 끌고 있다. 4년 동안 신문에 올라온 기사형 광고 4만6000여개를 분석했다. 250여명의 피해자를 남긴 분양 사기에 이용된 기사형 광고도 밝혀냈다. 코트워치는 이태원 참사 관련 재판을 모두 따라가고 있다. 수사기관의 발표 중심 보도 관행에서 탈피하기 위해서다.
뉴스쿨 1기는 지난해 3월 시작됐다. 20명 선발에 120여명이 몰렸다. 취업준비생은 물론 대형언론을 포함한 전·현직 기자와 일반 대기업 직원, 개발자, 시민단체 활동가, 심지어 광역시의원도 있었다. 1년 동안 3단계를 거치며 20명 가운데 최종적으로 창업에 뛰어들 5명이 추려졌다.
올해 교육이 시작된 2기에는 전·현직 언론인 지원자 비중이 전년 3분의 1에서 2분의 1로 크게 늘었다. 교육을 담당하는 장광연 뉴스타파 PD는 “어렵게 입사했는데 기대했던 언론활동과 달라 실망한 경우가 많은 것 같다”며 “출입처 중심 상업언론에서 벗어나 탐사보도와 권력감시에 열망을 느끼는 것 같다”고 말했다.
물론 기성언론도 탐사보도를 많이 시도하지만 비효율성 때문에 팀 운영을 꺼리는 것이 현실이다. 언론계 동향에 따라 언론사마다 탐사보도팀이 생겼다가 사라졌다를 반복하며 부침을 겪기도 한다. 2기 교육생들은 내년 이맘때쯤 출범을 목표로 금융과 기후, 지역사회 분야를 탐사보도하는 독립언론 창업을 준비하고 있다.
뉴스쿨의 최종적인 목표는 뉴스타파와 같은 비영리 독립언론 100개를 만드는 것이다. 이들 언론이 뭉친 한국독립언론네트워크(KINN, Korea Independent Newsroom Network)는 일종의 언론 생태계다. 협업취재를 위한 공동모금을 할 수 있고, 각자 출고한 기사를 한곳에 모아 독자 유입을 늘릴 수 있다. 서로 노력을 보태면 짧은 시간 넓은 지역과 분야의 정보를 끌어모으는 장점도 있다. KINN에는 이번에 출범한 세 언론이 소속돼 있다. 이들은 KINN이 권력감시에 최적화한 생태계라고 믿는다. 벌써 첫 번째 협업취재도 기획하고 있다.
하지만 안정적인 재정을 확보하는 것이 가장 큰 과제다. 제때 기사를 내기 위해서는 기자가 최소 2명은 있어야 하는데, 그러려면 소액 후원자가 600명 이상 필요하다. 출범 뒤 1년 동안은 뉴스타파 함께센터가 중소언론사 수준의 인건비와 사무실 임대료를 지원한다. 1년 안에 자리를 잡아야 할 테지만 출범 한 달이 지난 뉴스어디와 코트워치 후원자는 아직 10명 안팎이다.
가장 먼저 창업해 지역사회에 이름을 알린 뉴스하다도 후원자는 50여명 수준이다. 이창호 뉴스하다 기자는 동료 기자와 기호일보를 나와 함께 창업한 뒤 퇴직금으로 생활하고 있다. 이 기자는 “후원자를 충분히 확보해 자리를 잡기까지는 2~3년 정도 필요할 것 같다”며 “5년 정도 되면 기자를 1명 더 채용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첫발을 디딘 비영리 독립언론이 언론 생태계를 바꾸기까지 더 많은 관심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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