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선 술을 빼놓고 이야기하기란 어렵습니다. 술 한 잔에 금세 도타워지는 우리네 관계가 그렇죠. 그러다 문득 자주 가던 식당 냉장고에 전통주가 단 한 종류도 없다는 걸 발견했습니다. 외국산 주정에 물을 탄 희석식 소주, 외국산 홉으로 만든 맥주, 그리고 외국산 쌀, 밀가루로 만든 막걸리가 그렇죠.
왜 우리네 식당엔 정작 우리술이 없을까요? 기획은 그 질문에서 출발했습니다.
전통주가 전체 주류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밖에 안 됩니다. 식당을 100군데는 넘게 돌아다니며 눈으로 확인했습니다. 그동안 언론이 전통주를 다루던 탐방기에서 벗어나 소비자와 산업 관계자의 피부에 와닿는 이야기를 쓰고자 노력했습니다. 전통주를 해악이나 사치재인 술로 보는 게 아니라 소중한 역사·문화유산, 우리농산물 소비를 통한 식량주권 이바지 효과, 탄소발자국을 줄이는 환경적 요소 등 여러 관점에서 바라봤습니다.
기사 특성상 용어, 주종, 세법 등 전문적인 지식이 많이 요구됐습니다. 전통주 소믈리에 자격증을 취득한 게 도움이 됐고, 실제로 누룩을 만들어 우리술을 빚어보기도 했습니다. 그런 경험 가운데 청년 양조인, 오래 전통을 지키는 명인, 토종쌀 생산자, 전통주 마니아 등 1%의 시장을 지키고 사랑하는 사람을 참 많이 만났습니다. 보도 이후, 국정감사에서 전통주 관련 논의가 이뤄졌습니다.
함께 고생한 지유리, 서지민, 황지원 기자가 아니었다면 기사는 못 나왔을 겁니다. 더불어 부족한 기사를 끝까지 지원하고 응원해준 회사 선후배 동료들과 전통주 업계 종사자들께도 깊이 감사드립니다. 이 기사가 전통주와 우리농산물, 우리문화에 관심을 불러오길 희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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