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면 뒤 머물던 편집기자들이 바이라인을 건 글을 쓰고 직접 편집을 한다? 지난해 편집기자 코너를 처음 선보이고 올해 새 연재 ‘KADO우체통<사진>’을 내놓은 강원도민일보 편집부 얘기다. 인력난, 격무 속 노고가 엿보이는 도전이자 편집기자 역할 변화의 단초로서 주목되는 행보다.
강원도민일보는 올해 6월부터 편집기자 코너 ‘KADO우체통’ 연재를 시작했다. 신문사 ‘웹주소’에 ‘우체통’을 결합한 제목의 시리즈는 ‘누구’ 혹은 ‘무엇’에게든 편지 형식 글로 위로와 응원을 전한다는 취지의 편지형식 칼럼이다. 한 달에 한 번씩, 현재까지 5번. 하단에 배치되는 시 관련 편지 ‘시인(詩人)하는 기자’, 공감의 편지 ‘부인(婦人)하는 기자’ 등 미니엽서 코너를 합쳐 1개 지면을 모두 편집부가 직접 채운다. 지난해 ‘펀(FUN)집숍’ 연재로 편집기자 코너를 처음 시작해 9개월을 지속한 만큼 ‘시즌2’ 성격의 시도로 볼 수 있다.
안영옥 강원도민일보 편집부장은 17일 통화에서 “편집국장이 코너를 이어갔으면 했는데 그대로 지속하면 긴장감이 떨어질 듯 해 콘셉트를 바꾸겠다고 역제안 했다”면서 “편집과 취재부서 중간엔 벽이 있고 편집부 배치에 박탈감을 느끼는 경우도 있는데 순환 경험이자 훈련으로 괜찮겠다 판단했다. 새 과제로 언제까지 편집부에만 있진 않는다는 것도 전할 수 있겠다 싶었다”고 말했다.
10인에 불과한 규모, 기자당 매일 3개면 이상을 맡는 여건에서 첫 시도가 시작됐다. 우려가 컸지만 막상 뚜껑을 여니 자기 글과 지면에 대한 기자들의 높은 의욕이 시리즈를 이끌어 갔다는 설명이다. 그렇게 시즌1에서 배구, 필사, 서핑, 낚시 등 기자 개개인 관심사를 취재해 정리한 14편 콘텐츠를 선보였다. 시즌2는 부서 막내기자 아이디어가 메인 콘텐츠가 됐고, 여기 ‘시인 등단 기자’, ‘유부녀 기자 3인’이 참여한 모양새다. 이 같은 시도로 지난해 강원기자상 특별상, 올해의편집상을 수상했다. 내부적으로 활기와 결속의 계기가 됐다는 측면도 크다.
안 부장은 “담당할 수 없는 부분을 해줬다는 생각에서인지 쓴 기자에게 좋은 피드백이 많았고 특히 식구끼리 응원이 힘이 많이 된다”며 “내년 중후반까지 최소한 1년은 이어가 볼 생각”이라고 했다. 편집기자들이 여러 면으로 새 역할을 요구받는 상황에서 시사하는 의미도 있다. 그는 “강원도는 독자연령대가 높아 종이신문 영향력이 건재한 편이지만 편집부 전반의 어려운 상황은 분명하다”며 “취재기자가 편집을 하고, 편집기자도 쓴다는 생각전환 기회가 됐고 이런 분위기는 조직에서 여러모로 긍정적으로 작동할 수 있다고 본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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