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하산 막는 방송3법이 '좌파장악법'이라는 여당

이미 현행법 한계에 여야불문 공감
추천단체 편파성 우려도 근거 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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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영방송의 정치적 독립을 위한 방송3법 개정안이 지난 9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원안이 발의된 지 561일, 상임위 통과 342일 만이다. 그간 정치권력의 입김을 최소화하자며 법안 통과를 촉구했던 언론단체들은 일제히 환영의 뜻을 밝혔다. 성명을 통해 “구악의 고리를 끊었다”, “실로 감격스런 일”이라며 “정권이 교체될 때마다 낙하산 사장으로 논란을 빚었던 구태”가 마침내 사라질 수 있다고 반겼다.


다만 법이 시행되기까진 난관이 이어질 전망이다. 대통령 거부권이란 벽이 남아있는 상황에서 이미 대통령실이 법안에 부정적 입장을 밝히고 있어서다. 특히 국민의힘과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은 방송3법에 ‘총선용 거래법안’, ‘좌파장악법’ 같은 수식어까지 붙이며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는 것이 당연하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10회 국회(정기회) 제11차 본회의에서 방송법 일부개정법률안(대안)이 재적 298인, 재석 197인, 찬성 176인, 반대 0인, 기권 0인으로 가결되고 있다. /뉴시스

그렇다면 이들이 방송3법을 반대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크게 네 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방송법, 방송문화진흥회법, 한국교육방송공사법을 지칭하는 방송3법 개정안은 현재 9~11인인 KBS와 MBC, EBS 이사회를 시청자와 방송 종사자, 학계 등 사회 각 분야 대표성을 반영한 21명의 ‘공영방송운영위원회’로 확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법안을 반대하는 이들은 이 운영위의 대표성이 부족하고, 편파성이 우려되며, 이사 수가 대폭 늘어 비효율성이 높아진다고 주장하고 있다. 여기에 법안처리 과정의 절차적 정당성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함께 제기되는 상황이다.


다만 각각의 사유를 선뜻 받아들이긴 힘들어 보인다. 현행법에 한계가 있다는 덴 이미 여야를 불문하고 뜻을 같이했던 만큼 개별 조항에 트집을 잡는 수준인 데다 근거 역시 부족하기 때문이다. 운영위 대표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한 예다. 방통위는 지난 9일 입장문에서 “이사회의 사회 각 분야 대표성이 부족하다”며 “이사 21명 중 국회 추천 인사 5명을 제외한 16명이 모두 방송분야로 편중이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대표성 부족은 오히려 현행 이사회 체제에서 더욱 고질적인 문제다. 현재 KBS 이사회는 이사 11명 중 10명이 남성이고 60대 이상이 9명이며 이 중 8명이 언론인 출신이다. 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도 이사 9명 중 7명이 남성, 60대 이상이 5명, 언론인 출신이 5명이다. ‘남성 60대 언론인’으로 정리할 수 있을 정도로 특정 직업과 나이, 성에 편중돼 있다. 오히려 개정안은 그런 점에서 21명 중 최소 6명 이상을 특정 성으로 추천하도록 하는, 보다 진전된 내용을 담고 있다.


한편 이사 수가 늘어나 이사회의 비효율성이 높아진다는 지적 역시 그간의 논의 과정을 돌이켜볼 때 뜬금없는 이야기다. 21대 국회 들어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을 골자로 발의된 법안은 총 8개(방송법 개정안 기준). 이 중 6개 법안이 이사 증원을 핵심 내용으로 두고 있다. 이사 수를 늘리는 것이야말로 이사들의 다양성과 전문성을 보완할 수 있는 가장 효율적인 방법이기 때문이다.


의원들은 여야를 가리지 않고 이 같은 내용을 채택했는데, 국민의힘 의원들도 관련 내용을 법안으로 발의했다. 박성중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2020년 8월 KBS 이사회를 기존 11명에서 13명(여당 7명, 야당 6명)으로 증원하는 내용을 제안했고, 허은아 국민의힘 의원도 지난 2021년 1월 이사 수를 15명(여당 6명, 야당 6명, 방통위 3명)으로 증원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일각에선 이사 추천 단체의 편파성을 우려하는 목소리 역시 근거가 부족하다 주장하고 있다. 방송3법에 따르면 21명의 운영위는 △국회(5명) △지역방송을 포함한 방송 및 미디어 관련 학회(6명) △시청자위원회(4명) △방송기자연합회(2명) △한국PD연합회(2명) △한국방송기술인연합회(2명)가 추천한 위원들로 구성된다. 국민의힘은 이 중 국회를 제외한 모든 단체가 “좌파 성향 단체”라 주장하고 있다. 명확한 근거 없이 방통위가 선정하는 학회조차 ‘좌파’ 단체라 규정한 것이다.


윤창현 전국언론노조 위원장은 지난 10일 열린 기자회견에서 “법안 통과 직후 방통위원장과 여당, 총리까지 나서 방송3법에 대해 근거 없는 비난을 일삼고 있다”며 “수천 명이 가입한 방송기자연합회, 또 전국 수천 명의 언론학 교수들이 가입한 언론학회, 방송학회 등이 좌파 단체인가. (대통령은) 언론인을 직접 만나 대화를 나누고 사회 곳곳의 합리적인 목소리를 들어 달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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