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예훼손 무혐의에도… 대구시, 대구MBC 취재거부 계속

경찰, 기자 등 4명 고소 불송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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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경북통합신공항 정책의 성과를 ‘악의적 왜곡·편파방송’했다며 대구시 고위 공무원이 대구MBC 기자 등 4명을 고소한 사건을 경찰이 불송치하기로 했다. 고소인은 이의신청을 냈고, 대구시는 대구MBC에 대해 취재 거부를 계속하고 있다.


대구수성경찰서는 지난달 30일 허위사실 적시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된 대구MBC와 스픽스 기자에게 ‘혐의없음’, 대구MBC 보도국장과 시사 프로그램 진행자인 대구지역 대학교수에게 ‘각하’를 통지했다. 경찰은 방송 내용이 사실이 아니라 의견 표현이고, 비방하려는 고의도 없어 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각하는 혐의없음이 명백해 수사할 필요가 없을 때 처분할 수 있다.

문제가 된 방송분은 4월30일자 ‘시사톡톡’ 프로그램의 19분 길이 <대구경북신공항, 새로운 하늘길인가? 꽉 막힌 길인가?>이다. 대구MBC가 중점적으로 다룬 문제는 대구경북신공항 특별법이 통과됐지만 활주로 길이를 명시한 부분이 없다는 사실이다. 출연자로 나온 스픽스 기자는 방송에서 “다시 말하면 3.8km가 빠졌으니 홍준표 시장과 대구시가 주장해 온 중장거리 운항이 불가능해졌다”고 말했다. 활주로 길이가 3.8km를 넘으면 가장 큰 초대형 항공기를 띄워 유럽까지 한 번에 비행할 수 있다.


당시 정책총괄단장이던 이종헌 신공항건설특별보좌관은 5월9일 작성한 고소장에서 법안에만 빠졌을 뿐 활주로 길이는 국토교통부가 만드는 공항종합개발계획에 반영할 수 있기 때문에 “법률에 규정이 없어 중장거리 운항이 불가하다는 것은 명백한 사실 왜곡”이라고 주장했다.


실제 지난 8월 국토부 사전타당성 연구용역 결과 3.5km 길이 활주로를 지을 수 있다는 결론이 나왔다. 두 번째로 큰 항공기를 띄울 수 있는 길이다. 현재 대구공항 활주로 길이는 2.7km로 주변 국가로 가는 국제선을 운영한다.


하지만 형사사법 판단은 다를 수 있다. 조소영 부산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법원은 판례에 따라 자료에 대한 1차적 설명은 사실로, 자료에 근거한 2차적 판단은 의견이라고 본다”며 “‘불가능하다’는 표현은 사실에 근거한 의견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인호 중앙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표현에 국가형벌권을 발동하는 것은 위험하다”며 “명예훼손죄보다 ‘사실적 주장’에 대해 다툴 수 있는 정정보도나 반론보도 청구가 나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발언의 앞뒤 맥락도 살펴야 한다고 말했다. 대구MBC 기자는 “(중장거리 비행을 홍보하는) 동영상처럼 되려면 아주 많은 준비가 필요하고, 풀어야 할 숙제가 산적하다는 얘기”라고 말하기도 했다. 중장거리 운항이 불가능하기보다 조건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방송에는 통합신공항건설본부장이 “중대형기가 뜰 수 있도록 정부협의를 통해 해결할 수 있다”고 말하는 반론도 나왔다.


한편 이종헌 특보는 지난 2일 경찰의 불송치 결정에 이의신청서를 제출했다. 기소 여부는 검찰이 결정하게 됐다. 홍준표 시장은 방송이 나간 이튿날인 5월1일부터 공무원들에게 대구MBC에 취재 거부를 지시했다. 대구MBC는 6개월이 지난 지금도 대구시청사 출입이 금지되고 보도자료 제공에서 배제된 상태다.


대구지역 한 기자는 “이 사건 전에 시장 지시로 과장급 이상 직원만 기자를 상대하게 됐는데, 밖에서 간부 공무원들이 다른 기자들과 얘기하고 있다가도 대구MBC 기자가 지나가면 입을 닫아버린다”고 말했다.


고소당한 대구MBC 기자는 “홈페이지에 올라오는 공식 영상이나 다른 방송사에 부탁해 촬영한 영상을 받아 쓰고 있다”며 “야외에서 열리는 공식 행사장에 취재차 출입이 저지돼 몇 번 몸싸움도 했지만 이후에는 시도를 안 하게 됐다. 본보기용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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