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파닭이 유행한 적이 있었다. 한동안은 누가 “치킨 먹자”라고 하면 으레 다들 파닭을 떠올릴 정도였다. 닭튀김을 간장 베이스의 달짝지근한 소스에 절이거나 푹 담근 다음 파채를 올려 먹는데, 양념치킨도 싫고 오로지 후라이드만 밝힌 나는 파닭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다. 튀김에 채소를 곁들여 먹으니 양심에 가책이 좀 덜 가서 다들 ‘파닭, 파닭’ 하나보다 생각했다.
사실, 오늘 소개할 음식은 꿔바로우다. 그런데 웬 파닭 이야기냐고? 파채를 올린 꿔바로우여서 그렇다. 화교 집안이 3대째 운영 중인 서울 서대문구 남가좌동 ‘락희안’의 대파 꿔바로우.
꿔바로우의 위상은 조금 애매하다. 마라탕 가게가 우후죽순 생긴 탓이 크다. 요즘 초등학생 사이에서는 ‘마라탕후루’가 그렇게 유행한다는데, 사실 탕후루를 사귀기 전에는 꿔바로우가 마라탕의 단짝이었다. ‘맵짠’ 국물에 적신 흐물흐물한 야채를 건져 먹은 다음 달콤한 소스 범벅인 바삭바삭한 꿔바로우를 한입 깨무는 게 본래 코스였다. 마오쩌둥 옆 저우언라이처럼 꿔바로우는 마라탕의 이인자 노릇만 열심히 했다. 그 역할이 마라탕의 맵짠맛을 중화하는 것이다 보니, 꿔바로우는 점점 더 단 음식이 됐다.
락희안의 대파 꿔바로우에는 마라탕이 필요하지 않다. 꿔바로우 위에 파채, 또 그 위에 고추냉이를 취향껏 올려 먹으면 된다. 까끌까끌한 튀김옷을 입혀놓고 바삭하다고 우기거나, 닭강정처럼 끈적끈적한 소스를 뿌려놓고 달콤하니 됐다는 뻔뻔한 꿔바로우는 잊어도 좋다. 대파 꿔바로우는 부담 없게 바삭하면서 달콤한 소스에는 새콤함을 곁들였다. 단맛에 좀체 물리지 않는다. 여기에 향긋한 파채와 알싸한 고추냉이를 올리면, 이 음식은 가히 꿔바로우로 만든 삼합이라고 할만하다.
어쩌면 맛보다 더 중요한 이야기. 중국 음식이 기름진 편이어서 그런지, 먹고 나면 속이 부대낀다는 사람들이 꽤 있다. 락희안의 음식은 먹고 나서 대체로 속이 편했다. 이 가게는 가정식 같은 요리에 자부심이 좀 있는 편이다. 밥이 고플 때는 유산슬밥을 권한다. 짜장면에는 메밀이 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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