샛노랗게, 빨갛게, 새빨갛게, 갈색으로 물들어가는 가을을 눈에 넣으며, 바람에 날리는 나뭇잎을 안거나 사뿐사뿐 밟으며 숲길을 걸었다. 가랑비가 떨어지던 4일 기자들과 가족들이 충북 보은군 속리산을 찾았다. 부산과 인천, 여수, 춘천 등 전국 각지에서, 16개월 갓난아이에서 86세 어르신까지 모두 500여명이 제29회 한국기자협회 회원 가족 문화탐방에 참여했다.
기자들은 아이들을 앞세워 법주사 경내를 돌며 팔상전, 쌍사자석등을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찍고, ‘세조길’을 나란히 걷다가 세심정 주막에 앉아 동동주에 감자전을 먹으며 못다 한 얘기를 나눴다. 내친김에 해발 1033m의 문장대에 올라 사방으로 이어진 산들의 물결에 안겼다. 기자들은 이날 만큼은 속세를 떠난 산, 속리산에서 절정의 가을 정취를 오롯이 느끼며 일상의 긴장과 팍팍함을 내려놓았다.
법주사 인근에서 만난 박병립 이투데이 기자는 아내 성미경씨와 동행했다. 박 기자는 “이 행사에 오면 아는 얼굴을 만난다. 오래전에 출입처에서 만난 동료를 오늘도 만났다”면서 “약속하고 온 게 아닌데 이렇게 보면 반가움을 느낀다”고 했다. 성미경씨는 “아들도 지지난해까지는 같이 왔는데 올해 고3이다. 수능 잘 보라고 법주사에서 소원을 빌 생각”이라고 했다. 아내, 딸과 속리산을 찾은 최원 대전일보 기자는 “다른 언론사 동료들을 봐서 반갑고 좋다”며 “코로나19 기간을 빼고 매년 오는 편인데 내년에는 부모님을 모시고 오고 싶다”고 했다.
속리산 문화탐방은 해를 거듭할수록 단골로 찾는 가족들이 늘고 있다. 배군득 데일리안 기자 가족도 마찬가지다. 배 기자는 올해도 장인, 장모, 처남, 처남댁, 막내딸과 산길을 걸었다. 네댓 살부터 엄마 품에 안겨 속리산을 찾은 막내딸 배제인양은 어느덧 중학교 1학년이 됐다. 배 기자의 장인 김원기씨는 “총각 때 산악회를 꾸려서 매년 크리스마스이브에 속리산을 찾을 정도로 속리산과 인연이 깊다”면서 “가족과 함께라서 그런지 세심정 오는 길이 하나도 힘들지 않았다”고 했다.
속리산 탐방지원센터에서 법주사, 세심정으로 이어지는 ‘세조길’ 중턱에서 만난 김종순 전라일보 기자는 아내, 큰딸과 산행에 나섰다. 아내와 두 딸, 아들과 함께 설악산, 덕유산, 지리산, 한라산을 종주한 경험이 있다는 김 기자는 매년 이맘때 속리산을 찾는다고 했다. 그는 “올해 행사를 언제 하는지 모르고 있었는데, 아내가 먼저 물어 참가하게 됐다”며 “자연을 벗 삼으며 걷는 숲길이 그렇게 좋을 수 없다”고 말했다.
올해 행사에서 가장 많은 참가자는 엄기찬 뉴스1 충북본부 기자 가족이었다. 장인과 장모, 아내와 딸, 처제와 처제 아들, 처남과 처남댁 등 모두 9명. 엄 기자의 장모 김경선씨는 “작년에 처음 와서 곱게 물든 단풍을 보며 세조길을 걸었던 기억이 행복하게 남았다”며 “다른 일정이 있었는데 미루고 사위한테 무조건 간다고 해서 다시 오게 됐다. 기자협회에서 이런 자리를 마련해줘 감사하다”고 말했다.
산행을 마친 회원 가족들은 오후 5시부터 레이크힐스 호텔 9층 대강당으로 속속 모여들었다. 레크리에이션 행사와 경품 추첨이 기다리고 있었기 때문. 레크리에이션 강사의 진행에 따라 다양한 게임을 하며 산행의 피로를 풀었다. 특히 아이들은 기차놀이와 가위바위보 게임에 빠져 까르륵대며 뛰어다녔다.
차량용 청소기와 침대 매트리스, 식탁 등이 걸린 경품 추첨 시간에는 장내에 기대감과 약간의 긴장감이 감돌았다. 당첨 번호가 불릴 때마다 환호성과 아쉬움이 교차했는데, 가장 마지막에 당첨된 행운의 주인공은 정심교 머니투데이 기자. 정 기자는 “경품으로 받은 식탁은 언니에게 주고 싶다. 식구도 많은 언니네 식탁이 낡아 마침 필요했는데 잘됐다”며 “기자협회 행사에 올해 처음 왔는데 오자마자 행운을 잡아 행복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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