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여름 더위를 식혀줄 장맛비가 억수로 쏟아진 그 날도 휴대폰에서는 실종 경보 문자가 울렸습니다. 도심을 정처 없이 헤매고 계실 꽃무늬 바지 차림의 91세 할머니가 걱정됐습니다. 매일 40명의 치매 노인이 사라지고 있습니다. 그 중 매년 100명은 가족 품으로 돌아오지 못한 채 죽음을 맞이합니다. 고령화 시대, 내년이면 치매 인구 100만명. 치매 실종은 나의 문제가 될 수 있지만 우리는 무관심했습니다.
장기 실종된 치매 어르신 가족들 사연을 듣기 위해 전국을 누볐습니다. 경찰 협조를 받지 못하는 경우 직접 찾아 나섰습니다. 치매 노인들의 GPS 데이터를 확보해 배회 패턴도 최초로 분석하고, 치매 환자 시야에서 바라본 세상을 간접 체험할 수 있는 인터랙티브도 제작했습니다. 대안으로는 치매 친화 환경 사회 구축을 제안했습니다. 치매 환자라고 무조건 나가지 못하게 가두고, 통제하는 방식은 궁극적 해결책이 될 수 없다는 치매 선진국(덴마크, 일본)의 돌봄 철학에 공감한 결과입니다. 그들은 치매에 걸렸다 하더라도 일상을 포기하거나, 멈추지 않았습니다.
보도 이후, 보건복지부는 부정적 편견을 키워온 치매라는 용어를 내년부터 변경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한덕수 국무총리 등 각계 인사들은 취재팀이 고안한 #기억해챌린지에 동참하며 치매 환자에 대한 인식 개선을 촉구했습니다. 우리는 모두 늙고, 치매는 누구라도 걸릴 수 있습니다. ‘치매여도 괜찮다’고 따뜻한 손길을 건네는 사회여야 우리 모두의 존엄한 노후도 지켜질 수 있습니다.
이성원, 박지영 기자를 비롯한 취재팀 모두와 응원과 지원을 아끼지 않으신 강철원 엑설런스랩장, 김영화 국장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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