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방비가 부족해요.” 한마디가 취재의 시작이었습니다. 경로당에 지원되는 보조금은 노인회비로 들어가 단체 운영비로, 노인회장의 활동비로 쓰이고 있었습니다.
“우리만 그러는 게 아니고 전국적으로 다 하고 있는 관행”이라는 노인회장의 말에 문득 분노했습니다. ‘보조금의 성격상 그렇게 쓰여도 큰 문제는 아니’라는 공무원의 말에 잠시 말을 아낀 뒤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누구도 문제인 줄 몰라 관행화된 겁니다. 그사이 경로당 노인들만 영문도 모른 채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경로당은 먹을 걸 주고 따뜻함과 시원함을 보장하는 단순한 공간은 아닙니다. 제가 어릴 적 할머니를 따라나섰던 경로당은 어르신들의 사회이고, 공론장이고, 오락실이었습니다. 집에 혼자 계시다가 한 사람이라도 더 만나 한마디라도 더 나누기 위해 찾는 곳이었고, 여전히 그럴 겁니다.
정부와 지자체는 사실상 관리 권한을 노인회에 일임해왔습니다. 하지만 정부와 지자체 본연의 역할은 관리 주체임을 자처하는 데 그치는 게 아니라 이런 작은 사회를 지키는 데 좀 더 공들여야 했던 건 아니었을까 합니다.
앞으로도 건강한 사회의 모습을 그리는 고민을 쉬지 않겠습니다. 끊임없이 생각하고, 나가 문을 두드리고, 찍고, 쓰고, 만들면서 공론장을 만들겠습니다. 미숙한 취재를 이끌어주신 유룡 기자, 품 들이는 동안 기다려주신 정 본부장께 감사한 마음을 전하면서 같이 이 일을 해온 동료, 선배들 그리고 앞으로도 서로를 밀어주고 채워줄 전주문화방송 안팎의 가족들에게 다짐하겠습니다. 열심히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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