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지난달 26일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명예훼손 혐의로 경향신문 전·현직 기자와 인터넷 언론 뉴스버스 기자 등 3명의 주거지를 압수수색했다. 지난 대선 당시 윤석열 후보와 관련된 검증보도가 ‘허위보도’라는 이유에서다. 윤 대통령과 관련해 ‘허위보도’ 의혹을 수사하고 있는 검찰이 압수수색한 매체만 다섯 곳이다. 법 집행에 언론사도 예외가 될 수 없지만, 명확하지도 않은 혐의로 언론사에 대해 이처럼 막무가내로 압수수색을 하는 검찰이 있었는지 기억나지 않는다.
검찰의 압수수색 근거는 이들 매체가 2021년 10월 무렵 대검 중수부가 대장동 개발 특혜의혹과 관련해 부실수사했다는 취지의 ‘허위보도’를 했다는 것이다. 이 매체들은 윤 대통령이 대검 중수2과장이었던 2011년 부산저축은행 사건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검찰이 ‘대장동 대출브로커’ 조우형씨의 대출알선 비위 사실을 알았는데도 제대로 수사하지 않았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대장동 개발 초기 시행사 관계자의 실명 인터뷰와 검찰공소장 등을 토대로 의혹을 제기했다. 이 관계자는 당시 인터뷰에서 대출브로커 조우형씨에게 10억3000만원의 대장동 개발 관련해 대출수수료를 줬다는 사실을 대검중수부가 이미 파악하고 있었는데도 관련 수사를 하지 않았다고 증언했다.
이 관계자의 일방적 주장을 실은 것만도 아니다. 당시 윤 후보 측 반론을 실은 것은 물론이고 관련된 후속 보도에서 브로커 조씨가 윤 후보(당시 중수과장)를 모른다고 한 검찰 진술내용도 실었다. 취재 과정의 적법성, 기사의 완결성 등 어느 면으로도 흠결을 찾을 수 없는 보도다. 이런 취재를 바탕으로 언론이 부실수사 의혹, 봐주기 수사 의혹을 제기한 것은 타당하다. 조씨는 당시 이 건으로 수사를 받지 않았지만 이후 2015년 검찰수사를 받고 구속기소돼 형사처벌을 받았다. 정황상 2011년 당시 관련 내용이 주임검사였던 윤석열 중수2과장에게 전달됐으리라는 추정은 합리적이고, 봐주기 수사라는 의혹을 제기한 것은 지극히 상식적이다.
대조적으로 검찰 수사는 상식선을 크게 벗어났다. 만약 당시 관계자의 증언이 사실이 아니었다면 검찰은 언론중재위원회 등에 반론보도나 정정보도 등을 청구해서 바로잡을 수 있었다. 그때 왜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는지 궁금하다. 검찰은 최근 이 관계자가 말을 바꾸었다고 하지만 진술 변경을 이유로 당시 보도를 허위보도로 모는 것이 과연 이치에 맞는가. 이 관계자는 실명 인터뷰 이후 2년 동안 아무런 문제제기를 하지 않았다. 검찰은 왜 지금에야 취재 기자들이 중대범죄라도 저지른 것처럼 압수수색으로 옭아매려 하는지 명쾌히 설명하기 바란다. 대통령 후보에 대한 강도 높은 검증 보도는 유권자에게 판단의 근거를 제시한다는 점에서 언론의 중요한 책무다. 후보자에 대해 의혹을 제기했다는 이유로, 그리고 그 후보자가 대통령이 됐다는 이유로 언론이 번번이 검찰 수사를 받는다면 언론의 권력 감시 기능은 심각하게 위축될 수밖에 없다. 이런 정도의 취재와 보도가 강제수사 대상이 되는 건 언론자유의 재앙적 수준이라는 언론계 반응은 결코 과하지 않다. 윤 대통령 일가와 관련된 의혹은 건드리지도 않으면서 윤 대통령에게 불리한 보도를 한 매체에만 수사의 칼날을 겨냥하고 있으니 검찰이 ‘정권 보위 수사’만 한다는 소리가 나오는 것이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법적 근거가 없는데도 인터넷 언론을 심의하고, 방송통신위원장은 언론사 존폐를 운운하는 등 대통령과 정권에 불리한 보도에 대한 정권의 언론통제가 도를 넘고 있다. 압수수색을 남발하는 검찰 수사가 과연 언론을 길들이려는 정권의 움직임과 무관한지 검찰은 답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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