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3일 진행된 공공기관 YTN 지분매각을 지켜보며 YTN 구성원들은 여러 번 놀랐다. 우선은 입찰 사흘을 앞두고 갑자기 등장한 ‘다크호스’ 때문이었다. 통일교 창시자인 고 문선명 총재의 아들 문현진씨의 등장이 그것인데, 전혀 뜻밖의 소식에 웅성거림이 일었고, ‘통일교 재단에 돈이 많다더라’는 소문과 함께 단번에 인수 유력 후보로 급부상했다. 불과 열흘 전 국정감사에서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이 “뜻을 접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던 ‘대통령실 실세’와의 ‘친분설’의 주인공 한세실업이 실제 입찰참가신청서를 제출한 것 또한 혼란을 키웠다.
그런데 막상 뚜껑을 열어본 결과는 더 큰 놀라움을 안겼다. 이전까지 전혀 주목받지 못했던 유진그룹이 최종 낙찰자로 결정됐기 때문이다. ‘돈이 많다’고 알려진 문현진씨 측(원코리아미디어홀딩스)이 써낸 입찰가(1263억원)보다 2.5배 높은 3199억원을 써낸 결과였다. 이는 한전KDN(21.43%)과 한국마사회(9.52%)가 보유한 YTN 지분의 장부가액(2022년 기준)을 합한 것(773억원)보다 4배 많은 금액이다.
지난해 9월 정부 주도의 YTN 지분매각 추진 사실이 알려진 이후 누가 인수할지를 두고 많은 추측과 소문이 떠돌았지만, 유진그룹의 이름이 나온 적은 없었다. 유진그룹의 낙찰 소식에 누구보다 YTN 구성원들이 놀랐던 이유다.
의아함과 놀라움은 일부 의심 섞인 시선으로 바뀌고 있다. 정부와 유진그룹 사이에 “어떤 짬짜미”가 있지 않겠냐는 시각이다. YTN ‘민영화’의 최종 관문인 최다액 출자자 변경승인 심사를 진행할 방통위는 “엄격·투명·신속”한 심사를 약속했지만, 이를 그대로 받아들이는 이는 많지 않다. 공공기관이 25년 넘게 보유해온 YTN 지분의 매각 결정부터 입찰 과정까지 정부 또는 대통령실이 개입했을 거라고 보는 시각이 여전히 많기 때문이다.
낙찰자로 결정된 이후 새삼 조명을 받는 유진그룹 오너 등의 행적도 뒷말을 낳고 있다. YTN 한 기자는 “지분 팔겠다는 걸 막을 수는 없으니 민영화가 되더라도 건실하고 언론관도 뚜렷한 그런 기업이면 좋을 텐데, 유진그룹은 여러 송사와 수사에 등장했던 기업이고 M&A를 통해 몸집을 불려온 기업으로 보인다”며 아쉬움을 표했다. 유경선 유진그룹 회장은 내사 무마를 대가로 특수부 검사에게 수억원의 뇌물을 건네 2014년 대법원에서 징역 1년6월(집행유예 2년) 확정판결을 받았고, 이 때문에 10년간 운영을 맡아왔던 복권사업 민간수탁자 선정에서도 탈락했다. 또한, 지주사인 유진기업은 레미콘 담합으로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수차례 과징금 처분을 받았으며, 유진투자증권은 회사채 편법 인수 등으로 금융당국 제재를 받기도 했다.
이런 배경에서 보도전문채널 YTN의 새 대주주가 될 유진그룹에 대해 엄격한 심사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크다. 지난달 26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종합감사에서 이정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오너 일가 전체의 도덕성이 의심되는데 유진그룹이 제출할 심사서류에는 아마도 이 같은 내용이 담기지 않을 것”이라며 도덕성 문제를 최대주주 심사시 반드시 따져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영찬 민주당 의원도 “사회적 영향력이 큰 보도채널이 방송의 공정성을 유지하고 공적 책임을 실현할 수 있으려면 사회적 신용도 중요하다”면서 “유진그룹은 뇌물 공여부터 각종 소송, ‘기업 사냥꾼’이란 별칭도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이에 이동관 위원장은 “엄정히 들여다보겠다”며 “통과의례로 (승인)해주고 그런 일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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