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TN 지분매각 경쟁의 승자는 유진그룹이었다. 유진그룹은 지난 23일 그랜드하얏트서울 호텔에서 진행된 YTN 지분(30.95%) 경쟁 입찰에서 최고가인 3200억원을 써내 낙찰자로 결정됐다. 이후 한전KDN과 한국마사회 이사회 의결을 거쳐 정식 계약을 체결한 뒤 방송통신위원회 최다액출자자 변경승인 심사까지 통과하면 유진그룹은 YTN의 새 주인이 된다. YTN으로선 “창사 이래 유지돼온 공적 소유구조의 변화 가능성이 현실로” 성큼 다가온 것이다.
유진, 한때 유선방송 소유 이력... “방송·콘텐츠 사업 재진출 목표”
이날 입찰엔 유진그룹 외에 한세실업과 고 문선명 통일교 총재의 3남 문현진 UCI그룹 회장이 세계의장으로 있는 글로벌피스재단(GPF) 등 3곳이 참여했다. 유진그룹에선 유진기업이 51%를 출자한 특수목적법인(SPC) ㈜유진이엔티가, 한세실업은 지주회사인 한세예스24홀딩스가, GPF에선 언론사 인수를 위해 설립된 SPC 원코리아미디어홀딩스가 인수 주체로 나섰다. 당초 YTN 인수에 관심을 보였던 언론사들은 이번 입찰에 참여하지 않았다. 방송법상 소유제한(10조원 이상 대기업·신문기업 30% 이하) 규정과 삼일회계법인이 한전KDN(21.43%)과 마사회(9.52%) 지분을 일괄매각하기로 하면서 인수가격이 높아졌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최고가 경쟁 입찰로 진행된 입찰에서 유진그룹은 YTN 지분 1300만주(30.95%) 매입 가격으로 3199억3000만원(1주당 2만4610원)을 써냈다. 한세예스24홀딩스가 써낸 2340억원, 원코리아미디어홀딩스의 1263억원보다 많게는 2.5배 높은 금액이다. 이날 종가 6000원으로 장을 마감한 YTN의 시가총액 2520억원(23일 기준)보다 높은 금액이기도 하다. 당초 매각 주관사인 삼일회계법인이 산출한 YTN의 부동산(상암동 뉴스퀘어, 서울타워) 등을 포함한 전체 가치는 최소 6196억원에서 최대 1조844억원. 이중 최대치에 근접한 금액을 기준으로 최종 낙찰가가 형성된 셈이다.
유진그룹은 1954년 제과 사업으로 시작해 1979년 유진종합개발을 설립하고 레미콘 사업에 진출하며 사업의 기반을 다졌으며, 이후 금융과 물류 사업 등에 진출해 현재 국내에만 52개 계열사를 두고 있다. 공격적인 M&A(인수합병)로 몸집을 키워온 유진그룹은 지난 2011년 자산 5조원을 넘어서면서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에 포함됐으며, 지난 5월 기준 자산총액은 5조3440억원으로 재계 순위 78위(공정거래위원회)에 올라 있다.
한때 경기도 부천·김포, 서울 은평 지역 종합유선방송사(SO) 드림씨티방송을 소유하는 등 미디어 사업을 그룹 주력 사업의 하나로 육성하기도 했으나, 2006년 미디어 사업을 정리하며 CJ케이블넷(현 LG헬로비전)에 매각한 바 있다. 유진그룹은 23일 낙찰받은 직후 언론에 배포한 입장문을 통해 “대한민국 대표 뉴스전문채널인 YTN의 지분 인수를 통해 방송·콘텐츠 사업으로의 재진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YTN 노조 “유진그룹, 혁신보단 기업 사고 팔며 몸집 키운 회사”
그러나 YTN 노조는 유진그룹 유경선 회장의 언론관이나 미디어 분야에서 어떤 전략과 비전을 가졌는지도 알 수 없다며 경계하는 태세다. 전국언론노동조합 YTN지부는 이날 성명에서 유진그룹에 대해 “혁신보다 자본의 힘으로 기업을 샀다 팔았다 하며 몸집을 키웠다”고 지적하며 “혹시 상암동 사옥과 남산 서울타워, 1400억원에 이르는 유보금 등 YTN의 알짜 자산 노리고 특기인 M&A를 시도한 것인가?”라고 물었다. 이어 “만약 윤석열 정권으로부터 콩고물을 약속받고 YTN 지분을 인수하려는 것이라면 어리석기 짝이 없다”며 “언론장악의 하청업체라는 오명과 막대한 손실만 입고 결국에는 YTN 지분을 내놓아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YTN 사측도 이날 입장문을 통해 “보도전문채널은 일반 기업처럼 비용 절감과 수익 극대화를 가장 중요한 목표로 삼거나, 적당한 가격에 인수한 뒤 비싸게 팔아 수익을 남길 수 있는 성격의 회사가 아니”라며 “보도채널은 주요 사회 이슈에 대한 여론 형성에 큰 영향을 미치는 만큼 공공성과 공익성이 가장 중요한 지향점이며, 이익 극대화보다는 바람직한 공론장 형성 등 공적 가치의 실현을 추구해야 하는 게 책무”라고 강조했다. 이어 “최대 주주 변경으로 지배구조가 변하더라도 YTN은 대한민국 대표 보도전문채널로서 방송의 신뢰성과 독립성을 지켜나가겠다”면서 “부당한 외부의 간섭과 압력을 막고 방송의 공정성을 지키기 위해 YTN 구성원들과 함께 오랜 세월 쌓아온 제도와 시스템도 흔들리지 않도록 더 굳건히 다지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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