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운동에 대한 오해와 진실

[언론 다시보기] 계희수 충북민주언론시민연합 활동가

계희수 충북민주언론시민연합 활동가

얼마 전 어설프게 날 아는 기자가 뒷말로 내가 기성언론에 대해 반감을 갖고 있다는 말을 했단다. 언론인들이 우리 단체 후원을 잘 안 하는 걸 보면 비슷한 생각을 하는 이들이 꽤 많은 것 같기도 하다. 그런데 입에서 나가는 말이 쓴소리라고 해서 속마음까지 그렇지는 않다. 그런 논리라면 기자는 사회에 반감이 있어서 비판 기사를 쓰는 것이 된다.


사회에 대한 애정을 기반으로 기사를 쓰듯 민언련 운동도 마찬가지다. 언론에 애정이 없으면 이 척박한 운동판에서 최저임금도 못 받고 미움만 받는 일을 자처할 이유가 없다. 언론인 입장에서 듣기 싫은 소리일 모니터링도 어려운 여건에서 수행하는 고된 작업이다. 언론운동을 하는 사람들은 누구보다 언론의 기능이 가장 빛나길 바라며, 언론이 여전히 큰 영향력을 지녔다고 믿는 이들이다. 우리는 기자들이 권력 눈치 안 보고, 회사 재정 걱정 안 해도 되는 언론 환경을 간절히 바란다. 권력의 언론 탄압, 정부와 정치인이 만드는 언론 악법에 가장 분노해 일어나는 이들도 바로 우리다.

충북민주언론시민연합이 창립 20돌을 맞아 9월26일 충북시청자미디어센터에서 ‘지역 언론의 새 판을 만들다’를 주제로 포럼을 열었다.

충북민주언론시민연합이 올해 설립 20주년을 맞았다. 이를 기념해 지난달 언론노조와 함께 ‘지역언론의 새 판을 만들다’라는 주제로 포럼을 열었다. 포럼 목표는 시민이 지역언론의 가치를 더 잘 알아차릴 수 있게 하는 것이었다. 덮어놓고 ‘지역언론 볼 게 뭐 있어’라는 말로 흘리기에는 아깝고도 귀한 콘텐츠와 해야 할 이야기들이 넘쳤다. 그래서 지금 꼭 필요한 주제들, 꼭 만나야 할 언론인들을 한 자리에 모았다.


처음 기자·PD들에게 섭외 전화를 돌렸을 때 들은 말들이 마음에 박혔다. “좋은 자리에 초대받아서 보람을 느낀다”, “시청자들 앞에서 취재 뒷이야기를 풀어놓는 건 처음이다”, “이런 행사를 만들어줘서 고맙다”라는 반응 속에서 지역언론인들이 얼마나 외롭게 고군분투하고 있는지 알 수 있었다.


언론인 11명은 포럼에서 시민의 삶에 긍정적인 영향을 준 보도와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만들기까지 치열한 과정과 성과를 발표했다. 오송참사로 본 재난·재해 상황에서의 공영방송의 역할, 권력에 맞서는 지역언론의 어려움, 여성언론인들이 부족한 지역언론 내·외부의 현실 등 다양한 갈래의 이야기들이 쏟아졌다. 언론인에게도, 시민에게도 더없이 의미 있고 흥미로운 자리였다.


충북민언련 회원, 언론인, 대학 학보사 기자, 노동·시민사회 활동가, 시민 등 50여명이 포럼을 찾았다. 지역언론의 가치와 언론인의 역할을 재확인하고 지역사회 내 건강한 공론장을 만들기 위해 함께 머리를 맞댔다. 포럼을 마치고 매년 이런 자리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피드백을 많이 받았다. 참석자들은 “지역에 알려지지 않은 좋은 보도와 프로그램이 이렇게 많은 줄 몰랐다”는 반응이 대다수였다. 집에 돌아가 콘텐츠를 다시 찾아보겠다는 참여자들도 여럿이었다.


포럼에서 발표한 언론인들도 “각자 마음에 품고 있던 진솔한 이야기를 듣게 되어 좋았다”, “많이 배워간다”라고 말했다. 특히 서로 교류하지 않던 신문과 방송 종사 언론인들이 서로에게 좋은 아이디어와 큰 자극을 줬다고도 전했다. 언론인 11명이 진지하게 꺼내놓은 말들은 지역언론이 꼭 필요한 이유를 아주 훌륭히 증명해주었다. 충북민언련의 목표는 언론과 시민 사이를 잇는 징검다리가 되는 것이다. 우리는 오늘도 열심히 돌을 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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