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들은 출입처에서 중요한 발표가 나올 때면 단독기사를 쓸 때보다도 기사작성에 공을 더 많이 들이는 경향이 있다. 이런 날은 모두가 같은 소재로 기사를 쓰는 탓에 글짓기 솜씨에서 성패가 갈리기 때문이다. 기본적으로 글을 쓰는 일을 하고 있으니 만약 글솜씨가 뒤졌다고 느껴지면 굉장히 뼈아프다. 매체에 많이 소개된 소재를 다루는 기사를 쓰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 부담스러운 일이다.
충무로 사랑방칼국수는 맛집 소개기사의 소재로는 모든 일간지 1면을 장식할만한 지역의 대표 맛집이다. 1968년 개업해 업력이 55년에 달하고, 이름난 맛집소개 TV 프로그램이나 관련 서적에 빠짐없이 소개됐다. 이 기사가 미흡하다면 그만큼 많은 비판에 직면할 수 있다. 다른 식당을 택할까 고민도 했지만, 마냥 회피할 수 없어 무거운 기삿감을 택했다.
사랑방칼국수는 충무로역 근처 남산스퀘어 건물 옆길을 따라 을지로 쪽(북측)으로 200미터가량 올라간 곳에 위치한다. 옛 건물이 많은 이 골목에서도 유독 세월의 흔적이 느껴지는 점포다. 식당 안으로 들어서면 옹기종기 배치된 자리에 몸을 구겨 앉게 된다. 상차림이 간소한 편인데도 소주를 한두 병 추가하면 접시를 부지런히 정리해야 할 정도로 식탁이 좁다. 사실상 유일한 메뉴인 백숙백반의 맛은 지난 10년간 비판을 들어본 일이 없을 정도로 안정적이다. 그 비결을 이해하려면 우선 백숙이라는 음식 자체에 대한 고찰이 필요하다. 백숙은 육류의 기름지고 충만한 맛을 충족하는 동시에 건강하게 담백한 맛을 겸비해야 하는 역설적 음식이다. 기름짐과 담백함의 드넓은 스펙트럼 안에서 최적의 지점을 찾아내는 게 오늘도 닭을 삶고 있을 전국의 식당들에 주어진 숙제다.
사랑방칼국수가 내놓는 답은 그 선택을 고객에게 맡기는 것이다. 그렇다고 스테이크처럼 고객 취향을 일일이 묻진 않는다. 대신 부담스럽지 않게 기름진 백숙을 내놓고 맛깔난 배추김치를 더해 입안의 풍미를 조절하게 한다. 곁들여 나오는 닭곰탕 국물 역시 썰어나온 파를 넣어 이 같은 운영의 묘를 살리는 데 보탬이 된다. 일견 불친절해보일 수 있는 구성이지만, 합리적 가격과 푸짐한 양을 접하고 나면 사랑방칼국수의 진가를 어렵지 않게 이해할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
※‘기슐랭 가이드’ 참여하기
▲대상: 한국기자협회 소속 현직 기자.
▲내용: 본인이 추천하는 맛집에 대한 내용을 200자 원고지 5매 분량으로 기술.
▲접수: 이메일 taste@journalist.or.kr(기자 본인 소속·연락처, 소개할 음식 사진 1장 첨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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