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TBC 기자들 "개국 멤버까지… 협의도 없이 토사구팽"

보도부문 30명 권고사직 전제 희망퇴직 할당
JTBC 구성원들 "경영문제 직원에 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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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국 초기부터 열심히 일했던 선배는 토사구팽 당하는 느낌이라고 말해요. 아침 8시에 출근해 자정까지 일하는 삶을 몇 년이나 살았는데, 회사가 결국 경영상의 문제를 직원들에게 전가하고 있으니까요.” JTBC 한 기자는 최근 회사가 밝힌 희망퇴직안과 관련해 이 같이 말했다. 그는 “구성원들과 어떠한 협의도 없이, 심지어 보도부문을 타깃으로 구조조정을 한다는 사실에 화가 많이 났다”며 “회사가 우릴 쓰다 버리는 티슈처럼 생각하는 것 같아 자괴감마저 들었다”고 말했다.

사진=JTBC 홈페이지 캡처.


최근 JTBC 내부는 회사의 희망퇴직 방침을 두고 부글부글 끓고 있다. 회사가 턱없이 적은 위로금을 제시하며 부문별 희망퇴직 규모를 할당하고, 이를 채우지 못할 경우 권고사직을 시행하겠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사실상 정리해고를 위한 희망퇴직인 셈이어서 ‘경영의 책임을 직원에게 전가시키고 있다’, ‘퇴사를 협박하고 있다’ 등 격렬한 반발이 일었다.


앞서 전진배 JTBC 보도담당 대표이사는 지난 10일 공지를 통해 “연말까지 520억원 적자가 예상된다는 보고가 있었다”며 “내년에도 이 상태면 적자가 예상(되기 때문에) 우리 자구책이 필요한 상황이다. 희망퇴직을 실시하기로 했고, 전사적인 희망퇴직에 보도부문도 같이 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JTBC는 구체적으론 △편성비 최적화 △간접-판관비 축소 △조직·인력 감축 세 가지 방안을 통해 각각 100억원, 50억원, 100억원 등 총 250억원을 줄이겠다는 방안을 세웠다.

다만 이 중 인력 감축안은 큰 반발을 불러 일으켰다. JTBC 및 JTBC의 자회사와 계열사 정직원 850명 중 재직 2년 이상, CL2 직급 이상을 대상으로 100명 규모의 희망퇴직을 받겠다는 것인데, 공채라면 2017년 이전 입사한 직원 대부분이 해당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JTBC 보도부문에 30명, JTBC미디어텍 30명 등 할당량을 정하고 이를 채우지 않을 경우 권고사직을 시행하겠다고 밝히면서 더 큰 논란이 일었다. 특히 책정한 위로금이 재직 기간 5년 미만인 경우 3개월 기본급, 5~10년 미만이면 6개월 기본급, 10~20년 미만은 9개월 기본급, 20년 이상이면 12개월 기본급에 그쳐 ‘희망퇴직이 형식적 절차에 불과하다’는 비판을 받았다.


JTBC미디어텍 한 직원은 “우리 부서의 경우 몇 명을 빼곤 거의 전부가 희망퇴직 대상”이라며 “솔직히 불안감이 없다면 거짓말이다. 그런데 20년 이상 근무한 사람도 거의 없고, 월급에서 기본급이 차지하는 비율도 60~65% 정도라 아무도 이렇게 적은 위로금을 받고 선뜻 나갈 것 같지가 않다”고 말했다.


JTBC 다른 한 기자도 “희망퇴직 대상자가 될 만한 사람이 한 번이라도 데스크나 보직을 거쳤던 선배들이지 않을까, 후배들은 추측하고 있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그 분들조차 30명이 채 안 된다”며 “나머지 절반가량은 그럼 누가 될 것인지, 또 그 선정 기준은 무엇이 될지 일선 기자들도 막연한 불안감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구성원들이 혼돈에 빠지면서 중앙일보·JTBC 노조는 회사의 희망퇴직 절차를 전면 거부하기로 했다. 노조는 지난 13일 노보를 통해 “사측에 좀 더 성의 있는 해결책과 답변을 요구하겠다”며 △경영진이 경영악화에 대한 책임 인정 및 사과부터 하고 △인원 감축이 아닌 다른 경영 자구책을 발표할 것을 촉구했다. 또 △회사가 기자들을 기만한 데 대한 책임을 져야 하며 △30명이 줄어든 보도국은 언론사로서의 기능을 제대로 할 수 없기에, 보도 기능을 포기하겠다는 뜻인지 명확히 밝힐 것을 요구했다.


문제는 이번 구조조정 안으로 JTBC 구성원들이 이미 큰 상처를 입었다는 점이다. JTBC는 최근 몇 년 새 중앙그룹 KPI에서 줄곧 가장 낮은 등급인 C를 받으며 사기가 꺾인 상황이었다. 지난 2016년, 태블릿PC 보도로 정점을 찍었던 때와 비교하면 조직의 흥망성쇠가 다소 명확했다. 그렇기에 이번 구조조정 안은 그동안 구성원들이 느낀 무력감과 상실감에 쐐기를 박는 절차가 됐다.


JTBC 한 PD는 “그때만 해도 채용 경쟁률이 어마어마했고, 후배들도 다른 좋은 회사 다 제쳐두고 JTBC를 선택했다”며 “당시 느꼈던 자부심은 그때와 지금, 차원이 다르다. 게다가 이번 희망퇴직도 밑천을 팔아 연명하는 느낌이라 나의 미래를 위해 이 조직에 있는 게 맞는지, 근본적인 고민과 의구심이 든다”고 말했다.


실제 JTBC의 경영 상황은 악화일로다. JTBC는 2019년부터 2021년까지 3년 연속 영업적자를 기록했고, 같은 기간 평균 266억원의 당기순손실을 냈다. 지난해의 경우 각각 46억원, 145억원의 영업이익, 당기순이익을 기록했지만, ‘아는 형님’ 등 240개 예능과 ‘밀회’ 등 39개 드라마 IP(지식재산권)를 계열사에 매각한 영향이 컸다. 한국신용평가는 지난 6월 보고서에서 “예능 및 드라마 IP를 각각 338억원, 95억원에 매각함에 따라 2022년 실적이 다소 개선됐다”면서도 “이는 일회성 이익이며, 향후 해당 IP를 활용한 유통매출이 발생하지 않게 되는 점은 실적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한편 JTBC는 18일 오후 3시 ‘오픈 JTBC’를 통해 이수영 대표이사가 구성원들에 희망퇴직안을 설명한다. 이후 11월 초에 희망퇴직 의사가 있는 직원들로부터 접수를 받고, 연내 퇴사 절차를 마무리한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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