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이사회, 사장 후보 정했지만… 부실검증 등 도마 위에
[최종후보 박민 전 문화일보 논설위원]
후보자의 기업 고액 자문 의혹 등
선임과정 논란 맞물려 후폭풍 예상
윤 대통령, 국감 진행 중에 박민 인사청문안 재가
역시나 답은 정해져 있었다. 선임 과정에서 수차례 파행을 겪고도 여권 추천 KBS 이사들은 공모 전부터 ‘내정설’이 돌던 박민<사진> 전 문화일보 논설위원을 사장 최종 후보로 밀어붙였다. 지난 13일 KBS 이사회는 선임 절차, 회의 비공개 전환 등에 대한 반발로 야권 이사 5명 모두 퇴장한 가운데 6명의 여권 이사들로만 찬반 투표를 진행해 박 전 논설위원을 제26대 사장 최종 후보자로 임명 제청했다.
이날 박민 사장 후보자는 입장문을 내어 “KBS가 국민의 신뢰를 상실해 수신료 분리 징수, 2TV 재허가 등 여러 위기 상황에 직면한 만큼 빠른 시일 내 KBS의 방송과 경영을 철저하게 혁신해 국민의 기대에 부응하는 진정한 공영방송으로 거듭나도록 하겠다는 다짐을 한 바 있다”며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쳐 사장에 공식 취임하게 되면 KBS 혁신 방안을 국민들에게 소상히 밝히겠다”고 했다.
이사회의 사장 선임 절차는 마무리됐지만, ‘선임 과정 정당성 논란’, ‘사장 후보자의 민간 기업 고액 자문 의혹’ 등을 두고 후폭풍이 예상된다. 사장 임명 제청 직후 언론노조 KBS본부가 낙하산 사장 즉각 사퇴 성명을 내는 등 내부 반발도 거세다. 우선 18일 야권 추천 KBS 이사들의 소집 요청으로 ‘서기석 이사장 해임 결의안’을 안건으로 한 임시 이사회가 열린다. 13일 이사회의 사장 임명 제청 의결 직후 야권 추천 KBS 이사들은 기자회견을 열어 “이사회의 박민 KBS 사장 임명 제청은 위법과 비상식으로 점철돼 무효”라는 입장을 밝혔다.
선임 절차 부당성 논란의 단초가 된 건 지난 4일 사장 후보 결선투표가 이사장 직권으로 연기되면서다. 앞서 이사회에서 의결한 사장 공모 절차 규칙에 의하면 지난 4일 사장 후보 3인을 대상으로 투표를 진행해 최종 후보를 선출해야 했으나, 이날 과반 득표자가 나오지 않자 서기석 이사장이 직권으로 돌연 이사회 연기를 결정했다. 절차에 따라 원래는 상위 득표자인 최재훈·박민 후보를 대상으로 결선투표를 치러야 했다. 이에 대해 야권 이사들은 “낙하산으로 지목된 후보가 여권 이사 내부의 이탈표로 과반 득표가 불확실해지자 표결을 무산시키는 무리수를 둔 것”이라며 “이사 투표권의 명백한 침해이자, 사장 선임 규칙의 위반”이라고 했다.
야권 이사들은 규칙 위반 문제와 함께 최종 2인이었던 최재훈 후보의 사퇴로 박민 후보가 단독 후보로 남게 된 점 등을 들어 사장 재공모를 해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사장 후보 면접 과정에서 드러난 박민 후보자의 민간 기업 고액 자문 논란도 남아있다. 지난 4일 이사회의 사장 후보 면접에서 박 후보자는 문화일보 편집국장을 마치고 2021년 4월부터 3개월 휴직하는 동안 일본계 아웃소싱 회사인 트랜스코스모스코리아 비상임 자문으로 일하면서 월 500만원, 총 1500만원의 급여를 받았다고 인정했다.
이에 KBS본부는 지난 16일 박민 후보를 국민권익위원회에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로 신고했다. KBS본부는 “임직원들과 점심, 저녁이나 먹으면서 이야기를 나눈 대가로 월 500만원을 받은 것”이라며 “언론인으로서 해야 할 일과 하지 말아야 할 일조차 구분이 되지 않는 박민씨는 국내 어느 언론보다 높은 윤리 의식이 요구되는 공영방송의 장이 될 자격이 없다”고 밝혔다.
당시 면접에서도 “현직 언론인이 기업의 홍보와 이미지 개선에 대해 자문하고, 고액 급여를 받은 것은 이해충돌이 아니냐”는 야권 추천 이사의 지적이 나왔다. 또 박민 후보는 권익위에 유권해석을 의뢰해 자문 활동이 문제없다는 답변서를 면접 전 제출했는데 이사회가 추가로 유권해석 입증 자료 제출을 요구하자, 유권해석이 아니라 전화 상담을 받았다고 말을 바꾼 점도 논란이 됐다.
남은 건 국회 인사청문회와 대통령의 임명 절차다. 윤석열 대통령은 17일 박민 KBS 사장 후보자 인사청문요청안을 재가했다. 현재 국회 국정감사가 진행되고 있어 국감 일정이 끝나는 오는 27일 이후에야 인사청문회가 열릴 것으로 보인다. 청문회 이후엔 인사청문 보고서 채택 과정도 남아있어 박 후보자는 빨라야 11월 초 쯤 사장으로 임명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신임 사장 임기는 해임된 김의철 전 사장의 잔여 임기인 내년 12월9일까지다.
한편 언론노조 KBS본부는 17일 서기석 이사장에 대해서도 업무방해 등의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다. 사장 후보자 임명제청에 대한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도 계획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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