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채 상병의 명복을 빕니다. ‘대통령 수사 개입 의혹’을 방송한 지난 8월27일 <스트레이트> 엔딩곡은 박효신의 ‘숨’이었습니다. 채 상병이 가장 좋아했던 가수가 박효신이었기 때문입니다. 전북 남원에서 만난 채 상병 어머니는 “너무 소중한 아들이었는데…”라며 말을 잇지 못했습니다.
젊은 해병의 어이없는 죽음에 대해 대통령이 철저한 수사를 지시했습니다. 그런데 그 지시를 충실히 따랐던 수사단장이 ‘항명 수괴’로 몰렸습니다. 가장 이상한 건 이종섭 국방장관이었습니다. 자기 손으로 결재한 수사 보고서를 바로 다음 날 ‘재검토하라’고 했습니다. 하지만 증거가 없었기에 언론 취재도 거기서 멈출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러던 중 <스트레이트>는 박정훈 대령의 군 선배가 사건 초기 작성한 비공개 문건을 찾아냈습니다. ‘사단장이 처벌 대상에 포함됐다’는 수사 결과를 듣고 윤석열 대통령이 격노했다는 충격적인 내용이 담겨 있었습니다. 박 대령은 앞서 언론 배포 문건에서 ‘대통령 격노’ 부분을 일부러 뺐습니다. 그 퍼즐 조각 없이도 자신의 결백을 충분히 증명할 수 있을 거라는 믿음 때문이었습니다. 하지만 상관과 동료들이 자신을 거짓말쟁이로 몰면서 박 대령의 믿음은 산산조각이 나고 말았습니다. 결국, 그는 <스트레이트> 보도 이틀 뒤 군 검찰 진술서를 통해 ‘대통령 격노’ 발언을 직접 공개했습니다. 저희는 단지 사라졌던 퍼즐 조각 하나를 찾아냈을 뿐입니다. 실체적 진실이 무엇인지 끝까지 파헤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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