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의 기자상] 사라진 마을: 오버투어리즘의 습격

[제396회 이달의 기자상] 유대근 한국일보 뉴스룸국 엑설런스랩 기자 / 기획보도 신문·통신부문

유대근 한국일보 기자

작은 제보에서 시작한 취재였다. 북촌 한옥마을 한 주민은 지난 7월 초 기자를 만나 “올봄부터 마을에 외국인 관광객이 몰려들어 생활이 어려울 정도로 시끄러워졌다”고 호소했다. 코로나19 팬데믹 때인 2021년 이 마을의 고즈넉함에 반해 이사를 왔는데 전혀 다른 동네가 됐다는 얘기다. 이탈리아 베니스나 스페인 바르셀로나처럼 해외 유명 관광지만 겪는 줄 알았던 오버투어리즘(과잉관광 탓에 주민의 삶이 침범당하는 현상)이 우리 이웃의 마을까지 덮친 것이다.


취재 지역을 넓히기로 했다. 박준석·송주용 기자와 함께 북촌뿐 아니라 부산 흰여울문화마을과 인천 동화마을, 강원도 양양군 양리단길(현남면) 등 국내 마을형 관광지 11곳에서 여러 날을 머물며 문제를 살폈다. 소음, 사생활 침해 등 ‘관광 공해’와 삶이 불편해져 주민들이 떠밀리듯 이주해 마을이 텅 비는 과정 등을 기록했다. 꼬박 두 달을 취재한 내용은 활자와 영상, 인터랙티브 콘텐츠에 실렸다. 김영화 국장과 강철원 엑설런스랩장 등 뉴스룸 차원의 지원이 없었다면 깊이 있는 취재는 불가능했을 듯하다.


보도 후 지자체장들이 제도 개선을 약속했다. 정문헌 종로구청장은 “북촌을 특별관리지역으로 지정해 마을 입구까지 버스가 진입하는 것을 막고 골목 내 관광 시간을 제한하겠다”고 공언했다. 하지만, 걱정이 남는다. 주민 삶보다는 관광객 수 늘리기에 몰두하는 곳이 많아서다. 정부는 2027년까지 외국인 관광객 3000만명 달성, 서울시는 2026년까지 3000만명 유치를 목표로 던졌다. 숫자에 매몰된 정책 입안자에게 이미 포화 상태가 된 마을형 관광지들을 직접 둘러보길 권한다. 모든 정책이 그렇듯 관광 정책 역시 주민 행복이 궁극적인 목표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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