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4월 총선이 반년 앞으로 다가오면서 언론과 포털을 둘러싼 정치권의 공세가 거세지고 있다. 특히 ‘가짜뉴스’와의 전면전을 일찌감치 선언한 정부·여당은 포털에 ‘가짜뉴스 유통’ 책임을 묻는 것을 넘어 “여론조작의 숙주”로까지 규정하며 전방위적인 압박을 가하고 있다. 야당과 언론·시민사회 등은 “포털 길들이기”라며 비판하고 있지만, ‘선거 개입 차단’을 구실로 포털을 통한 여론을 통제하려는 시도는 내년 총선과 그 이후까지 이어지며 파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최근 포털을 향한 정부·여당의 압박 수위는 이례적일 만큼 높고 거칠다. 지난 1일 다음(카카오) 스포츠 항저우 아시안게임 응원페이지에서 중국 대표팀 응원 클릭 수가 압도적으로 높게 나온 것에 대한 후속 조치가 단적인 예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지난 4일 국무회의에서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의 관련 현안 보고를 받은 뒤 방통위와 법무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문화체육관광부 등 유관 부처에 ‘여론 왜곡 조작 방지 대책’ 마련을 위한 범부처 TF 구성을 지시했다. “이런 식으로 손쉽게 응원 조작이 이뤄진다면 얼마든지 선거 조작의 길도 열릴 수 있다”(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정부와 여당의 공통된 인식에서 비롯된 조치다.
지난해 3월 대선 직전 뉴스타파의 김만배 음성파일 보도를 ‘선거 개입’이자 ‘국기문란’으로 규정하고 강도 높은 수사를 벌이고 있는 정부·여당이 이번 클릭 응원 논란을 ‘드루킹 시즌2’로 몰아가며 총공세를 퍼붓는 건 같은 맥락으로 봐야 한다. 관련해 국민의힘은 지난 2~5일 나흘 연속 대변인 논평을 냈고, 미디어특위 차원에서도 두 차례 성명을 냈으며, 최고위원회와 국정감사대책회의 등에서도 이 문제를 다뤘다. 당 차원에서 사활을 걸고 있다는 의미다. 때마다 빠지지 않는 단어가 ‘선거’(총선)다. 박성중 과방위 간사는 심지어 포털 아이디 도용 등을 이용한 “여론조작 행위”가 “강서구청장 선거에도 개입”됐다고 주장했다. 11일 있을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결과에 따라 포털 책임론의 강도가 달라질 수 있음을 짐작하게 한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가짜뉴스 척결을 외치는 윤석열 정부가 다음 클릭 응원 조작 논란을 보고 도라지 보고 심 봤다고 외치는 격”이라며 “이번 논란을 침소봉대해서 포털을 본격적으로 손보려는 의도”라고 지적했다.
다음보다 시장 지배력이 더 큰 네이버에 대한 규제 당국의 강도 높은 조사도 진행 중이다. 방통위는 네이버의 전기통신사업법 금지행위 위반 사실조사를 위해 지난 6일 현장조사에 돌입했다. 방통위는 네이버가 뉴스 검색 알고리즘을 특정 언론사에 유리하게 인위적으로 조정했다는 의혹과 관련해 지난 7월5일부터 실태점검을 해왔으며, 지난달 25일부턴 사실조사에 착수했다. 여당 의원 등이 제기한 관련 의혹의 근거가 부족하다는 지적이 처음부터 있었고, 네이버도 “뉴스 검색 알고리즘은 언론사의 성향을 분류하거나 구분 또는 반영할 수 있는 요소가 전혀 없다”며 상세한 입장문을 냈으나 방통위는 하루 만에 실태조사를 결정한 데 이어 현장조사 등 사실조사까지 나섰다. 방통위는 “위반사항이 확인될 경우 법에 따라 최대 과징금 부과(관련 매출액의 1/100), 형사고발 등 엄정하고 단호하게 조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언론개혁시민연대는 지난 6일 논평을 통해 “총선을 앞두고 ‘포털 길들이기’에 나선 거라는 의혹을 사기에 충분하다”며 “방통위가 추진하는 이른바 ‘가짜뉴스 근절 대책’에 따라 정부여당이 문제 삼는 기사와 콘텐츠를 제한하고, 삭제하도록 강요하기 위한 목적이 아닌지 의심된다”고 했다.
이미 방통위는 네이버와 카카오 등 국내외 포털·플랫폼 사업자를 ‘가짜뉴스 대응 민관협의체’에 참여시켜 ‘가짜뉴스 차단’의 책임을 지우고 있다. 네이버는 방통위가 ‘가짜뉴스 근절 추진 방안’을 발표한 지 1주일만인 지난달 25일부터 언론중재위원회 등 관계기관의 심의상태나 결과를 안내하는 방식으로 뉴스 서비스 개편을 하기도 했다. 앞으로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인터넷 기사를 ‘가짜뉴스’라며 신속심의 대상에 포함해 포털에 협조를 요청하면, ‘방심위에서 가짜뉴스 신속심의 중입니다’라는 표시가 뜨거나 삭제·차단 등의 조치가 취해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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