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뉴스' 내면 사형시키는 나라?

[컴퓨터를 켜며] 김고은 기자협회보 편집국 부장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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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일, 뉴스타파의 김만배 음성파일 보도를 두고 “사형” 운운하는 여당 대표의 말을 들으며 흠칫 놀랐다. 바로 며칠 전 법무부 장관이 전국 교정기관에 사형 집행 시설 점검을 지시했다는 보도를 접한 뒤라 ‘설마’ 하는 생각이 든 것이다. 스스로 생각해도 무리한 연결에 헛웃음이 나왔지만, 뉴스타파를 향한 정부여당의 공세에서 언뜻 ‘공포’를 느낀 건 과장이 아니었다.

1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호관 대회의실에서 열린 가짜뉴스 근절 입법청원 긴급공청회에서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인사말을 하고 있다. /뉴시스


‘설마가 사람 잡는다’라는 옛말을 떠올린 건 며칠 지나지 않아서였다. 방송통신위원회가 지난 18일 발표한 ‘가짜뉴스 근절 추진방안’을 보면서다. 방통위는 ‘원스트라이크 아웃제’ 추진 계획을 밝히며, 나아가 “가짜뉴스로 인한 경제적 이익의 환수, 원스트라이크 아웃제 처분을 받은 사업자가 다른 매체로 다시 활동하는 이른바 갈아타기 방지” 대책까지 검토하겠다고 했다. 한 마디로 가짜뉴스로 한번 아웃되면 다시는 ‘이 바닥’에 발을 못 붙이게 하겠다는 거다. 이게 언론 활동에 대한 ‘사형’ 선고가 아니고 뭔가. 과연 김기현 대표의 말은 빈말이 아니었다.


그렇다면 가짜뉴스를 안 쓰고 안 내면 되지 않는가. 그렇게 간단한 문제는 아니다. “가짜뉴스의 정의나 판별 기준이 명확하지 않은 상태”. 다름 아닌 방통위 ‘가짜뉴스 근절 T/F 단장’의 말이다. 자신들이 ‘근절’하겠다는 대상이 무엇인지도 명쾌하게 설명하지 못한다. 당연하다. 가짜뉴스에 대해 학계 등에서 널리 통용되는 견해가 있지만, 명확히 합의된 개념은 아니다. “가짜뉴스는 보편적인 개념이라기보다는 경합 중인 담론에 가깝”기 때문이다(이정현·박소영, 2023). ‘가짜뉴스’라는 표현 자체를 삼가거나 신중히 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었던 것도 그래서다.


그런데 방통위조차 “쉬운 일은 아니”라고 했던 바로 그 가짜뉴스를 판별하는 일에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가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오보에 대한 정정보도 청구 소송도 법원에서 몇 달이 걸려 판결이 나오는데, 방심위는 가짜뉴스 심의신청부터 긴급심의까지 ‘원스톱’으로 신속히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신고 대상이 된 보도를 심의할지 말지, 가짜뉴스인지 아닌지, 삭제할지 말지 등이 오로지 방심위의 판단으로 결정된다. 재판으로 따지면 기소부터 판결까지 알아서 하는 셈이다. 대통령과 여당, 야당이 각각 3명씩 추천해서 명백히 정파성을 띠는 방심위가, 그것도 현재 두 명이 공석이라 단 1명의 수적 우위만을 확보한 여당 쪽이 가짜뉴스의 심판자 역할을 하게 된 것이다. ‘원스트라이크 아웃제’까지 실제 시행되면 언론사의 명운이 사실상 방심위의 결정에 맡겨지게 된다.


그런데 참 묘하다. 방통위와 방심위가 무서운 속도로 밀어붙이는 가짜뉴스 대책들을 대다수 언론은 심각하게 보지 않는 것 같다. 문재인 정부 때 더불어민주당이 강행 추진한 언론중재법 개정을 ‘언론징벌법’이라며 한목소리로 비판했던 것과 상반된 모습이다. 한국언론진흥재단 뉴스 빅데이터 분석시스템 빅카인즈에 따르면 민주당의 법안 강행 처리로 국회 파행이 이어졌던 2021년 7월27일~9월29일 언론중재법 관련해 신문들이 쓴 사설은 229건. 하루 평균 3.5건이었다. 그런데 방통위가 가짜뉴스 대책을 내놓은 지난 18일부터 1주일간 관련 사설을 쓴 신문은 한겨레(2건)와 경향신문(1건)뿐이었다.

김고은 기자협회보 편집국 부장대우


이번 대책이 직접 겨냥하는 대상에 포함되지 않아 안심해도 된다고 판단한 걸까. 그러나 방심위가 법과 규정을 자의적으로 해석하며 인터넷 언론과 동영상 등 사실상 모든 언론 보도에 대해 심의를 확대하겠다고 한 만큼 누가 대상이 될지는 알 수 없다. 더욱이 정부여당의 이 같은 강경 기조 아래서 신임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가 자신에 관한 의혹보도를 ‘가짜뉴스’라 비난하며 책임 있는 설명을 거부하는 등 이미 언론 활동과 국민 알권리의 위축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그러니 한순간이다. ‘설마’가 ‘아뿔싸’가 되는 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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