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이사회가 김의철 KBS 사장의 해임제청안을 의결했다. 전임 정부에서 임명된 KBS 사장이 정권이 바뀐 뒤 해임된 세 번째 사례다. 제청안 처리에 항의해 표결에 불참한 야권이사들은 내용·절차상 정당성을 문제 삼았고, 김 사장은 법적 대응 의사를 밝혔다.
KBS 이사회는 12일 오전 임시이사회를 열어 김 사장 해임제청안을 최종 심의했다. 앞서 6대5 여권 우위 이사회는 지난달 30일 해당 안건을 상정했고, 이달 6일과 11일 찬반토론을 벌였다. 12일 비공개로 진행된 임시이사회에선 김 사장이 전날 서면으로 제출한 입장을 놓고 제청안 의결 여부를 결정했다.
김 사장에 대한 해임제청 사유는 △무능 방만 경영으로 인한 심각한 경영 위기 초래 △불공정 편파방송으로 인한 대국민 신뢰 상실 △수신료 분리징수 관련 직무유기와 리더십 상실 △편향된 인사로 인한 공적 책임 위반 △취임 당시 공약 불이행으로 인한 대내외 신뢰 상실 △법률과 규정에 위반된 임명동의 대상 확대 및 고용안정위원회 설치 등 6가지다.
이사회는 여야 6대5 구도에서 여권이사 6명(서기석·권순범·김종민·이석래·이은수·황근)의 찬성으로 해임제청안을 통과시켰다. 야권이사 5명(김찬태·류일형·정재권·조숙현·이상요)은 제청안 처리에 항의하며 회의장에서 퇴장했고, 표결에 불참하며 기권했다. 지난 2021년 12월 취임한 김 사장의 임기는 내년까지 1년 3개월여 남아 있는 상태다.
윤석열 대통령이 이사회 의결 당일 저녁 제청안을 재가하면서 김 사장 해임은 즉시 확정됐다.
야권이사 5명은 해임제청안 처리가 여권이사들의 독단으로 위법하게 이뤄졌다며 항의했다. 이들은 12일 오후 기자회견을 열어 절차적 정당성부터 지적했다. 야권이사들은 “해임제청안은 처음엔 2장 분량이었다가 이틀 뒤 8장, 다시 16장 등으로 다섯 차례나 달라졌고 해임 사유 또한 4개에서 10개로, 다시 6개로 줄었다”며 “특히 11일 사장의 소명서가 제출된 뒤 의결을 강행한 12일에도 제청안이 두 번이나 수정됐다. 명백한 절차적 하자”라고 비판했다.
야권이사들은 해임 사유 6가지에 대해서도 “하나같이 합리적 근거와 타당성을 결여하고 있다”고 평가하며 “특히 몇몇 사유는 역대 KBS 사장의 해임 취소소송에서 법원이 ‘해임사유가 될 수 없다’고 결론 내린 것과 판박이”라고 지적했다.
야권 측 정재권 이사는 “김 사장이 11일 오후 6시 96장짜리 소명서를 제출한 이후, 여권이사들은 12일 오전 이사회에서 제청안을 두 번이나 수정했는데도 사장의 추가 반론권을 충분히 반영하지 않았다”며 “야권이사들은 제청안의 내용상 하자와 절차적 위배를 수차례 지적했지만 여권이사들은 문제없다고 강변하며 표결을 주장했다”고 말했다.
김 사장은 해임제청안 의결이 부당하다는 입장이다. 김 사장은 해임제청안 의결 직후 발표한 입장문에서 “이미 해임 사유 가운데 어느 것도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밝힌 바 있다. 이후 이사회의 소명 절차에 성실히 임했고 수십 쪽에 이르는 소명서를 제출한 지 24시간이 지나지 않아 해임제청안이 의결됐다”며 “소명을 듣고 충분히 검토한다기보다는 뭔가 쫓기듯 시간을 정해 놓고 형식적인 요식행위를 거치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고 했다.
김 사장은 “그동안 KBS 사장에 대한 법률 다툼에서 사법부는 공영방송의 독립성, 공정성, 자율성을 보장하기 위해 해임처분의 기준을 다른 공공기관보다 더 높게 해석했다”며 “과거에 그랬듯 이번에도 지루한 법정 공방이 계속될 것이다. 그 과정에서 겪을 개인적, 사회적 고통은 엄청나겠지만 담담하고 당당하게, 담대하게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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