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임된 공영방송 이사장들은 원래의 자리로 돌아갈 수 있을까. 지난달 31일, 서울 서초구 서울행정법원에선 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의 권태선 전 이사장과 남영진 전 KBS 이사장의 해임처분 집행정지 심문이 잇따라 열렸다. 이들은 해임 처분이 절차적, 내용적으로 위법하다며 당장 효력을 멈춰 달라고 요청했다.
이날 심문에 참석하기 전 권태선 전 방문진 이사장은 서울행정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한민국 사법부가 정의를 구현해주리라는 기대와 희망을 품는다”고 밝혔다. 권 전 이사장은 “꼭 열흘 전 방송통신위원회는 최소한의 절차적 정당성도 확보하지 않은 채 터무니없는 해임사유를 들어 저를 해임했다”며 “절차의 시작에서부터 최종 해임에 이르기까지 채 20일도 안 되는 기간에 전광석화처럼 진행된 해임 과정은 그야말로 위법과 부당으로 점철된 무도함 그 자체였다. 사법부가 저의 집행정지를 받아들여 방통위의 거듭된 일탈적 행위를 저지하고, 방송의 자유와 독립이라는 헌법적 가치를 지켜주시기를 간곡히 요청드린다”고 말했다.
이날 오전 서울행정법원 행정5부(김순열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집행정지 심문에서도 권 전 이사장 측 법률대리인은 “위법한 해임 처분을 정지해 달라”고 요청했다. 대리인은 “방통위는 다원성을 전제로 구성돼야 하지만 그 원칙을 의도적으로 훼손해 의결의 민주성이 없고, 해임 사유도 신중하게 심의하지 않았다”며 “해임 사유를 보면 권 전 이사장 취임 전에 있었던 일이거나 감사원도 혐의가 확실하다고 인정하지 않은 일 등 도저히 사유로 삼을 수 없는 내용이다. 무리한 해임의 목적은 방문진 이사회 구성을 편법적으로 교체해 사장을 바꾸는 등 방송 개입을 하기 위함”이라고 주장했다.
방통위 측 대리인은 반면 정당한 해임이라고 반박했다. 대리인은 “권 전 이사장이 의장의 지위가 있었음에도 역할을 방임하고 위법행위를 저질러 방문진의 공정성, 투명성, 신뢰에 심각한 위해를 초래했다”며 “객관적 사유에 따라 해임 처분한 것이다. 집행정지를 받아들일 긴급성이 없다”고 주장했다.
이날 오후 서울행정법원 행정2부(신명희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집행정지 심문에서도 비슷한 설전이 이어졌다. 남영진 전 KBS 이사장 측 대리인은 “방송법에 따라 대통령의 KBS 이사 해임 권한을 인정하기 어렵고, 방통위가 해임 관련 안건을 남 전 이사장에게 통지하지 않는 등 적법한 절차를 지키지 않았다”며 “해임 사유도 부당하다. 해임 사유에 경영진 감독 소홀이 있는데, KBS 이사회는 심의·의결 기관이지 감독 기관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반면 윤석열 대통령 측 대리인은 “입법 목적을 고려했을 때 KBS 이사회는 관리·감독의 책임이 있고 이사가 그 의무를 해태할 경우 임면권자로서 징계처분을 내릴 수 있다”면서 “해임 안건 통지의 경우 남 이사장이 여러 차례 무응답으로 일관하는 등 사실상 송달을 거부했다”고 주장했다.
이날 심리에선 권 전 이사장 측과 남 전 이사장 측 대리인이 재판부의 빠른 결정을 요청하기도 했다. 남 전 이사장 측 대리인은 “이사장이 해임된 이후 보궐이사를 서둘러 임명하면서 여권 성향 이사가 우위를 점하게 됐다”며 “이들이 어제 KBS 사장 해임 안건을 긴급 안건으로 상정했고, 예상하기로 9월12일에 KBS 사장 해임 제청을 하려 한다. 그 전에 결정을 내려주시길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권 전 이사장 측 대리인도 “김기중 방문진 이사의 해임 절차가 진행되고 있는 상태”라며 “9월10일 이전에 집행정지 신청에 대한 결정이 반드시 이뤄져야지만 신청인 본인의 이익 등 여러 목적이 달성될 수 있다. 신속한 결정을 내려달라”고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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