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 내년 정부구독료 220억 삭감
[정부 예산안 의결, 역대 최대 삭감]
연합 측, 임원 임금삭감 등 검토
공적 기능 보전액 50억만 남아
정부, 구체적 감액 사유 안 밝혀
내년 연합뉴스 정부구독료 예산이 220억원가량 삭감돼 국회로 넘어가게 됐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연합뉴스가 뒤숭숭하다. 내부에선 경영진이 ‘임원 임금 삭감’ ‘비상경영 검토’ 등의 대책을 준비하고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연합뉴스 안팎에 따르면 2024년 연합뉴스 정부구독료 예산이 약 50억여원 편성됐다. 올해(278억6000만원)보다 220억원가량 삭감된 금액이다. 정부구독료 예산 항목 중 뉴스통신 정부사용료는 모두 삭감됐고, 공적 기능 순비용 보전액 50억여원만 남겨졌다.
29일 정부 예산안 의결에 앞서 연합뉴스 내부에선 정부구독료 대폭 삭감설이 알려진 상황이었다. 성기홍 연합뉴스 사장은 지난 21일 긴급 실국장 회의를 소집해 “예산 삭감을 막지 못해 책임을 통감한다”며 “우선 경영진 임금을 삭감하고, 비상경영 여부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또 “비용이 많이 삭감됐지만 공적 기능은 최대한 우리가 가진 역량으로 유지해보겠다” “예산안은 국회로 넘어갔는데 최대한 노력해보겠다” 등을 언급했다.
연합뉴스 정부구독료는 2003년 제정된 뉴스통신진흥법에 따라 국가기간뉴스통신사인 연합뉴스가 해외뉴스, 6개 외국어 뉴스 제공, 지역뉴스, 재난보도 등 공적 기능을 수행하기 위해 매년 받는 지원금이다. 정부구독료 대부분이 공적 기능 보전 비용인 만큼 기존보다 인적·물적 투자 축소는 불가피해 보인다. 뉴스통신진흥회의 ‘2022 연합뉴스 공적기능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연합뉴스가 특파원 체재비와 사무실 임차료 등 ‘해외뉴스 부문’에 투자한 금액만 약 55억7500만원이다.
연합뉴스 기자들은 정부구독료 삭감 기조가 이어질 것이라고 봤지만, 이 정도의 대규모 삭감일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는 반응이다. 정부구독료 대규모 감액이 현실로 다가오면서 기자들은 회사 미래에 대한 불안감과 함께 연합뉴스의 공적 기능 수행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고 우려한다. 기자들 사이에선 가장 먼저 특파원 부임지 축소가 거론된다. 연합뉴스는 29개국 38개 지역에 특파원·통신원 등 60여명의 취재망을 운영 중이다.
연합뉴스 A 기자는 “사장이 공적 기능을 최대한 유지한다고 했지만, 정부구독료가 너무 많이 깎인 상황이라 현재 특파원으로 나가 있는 기자들이 돌아오면 부임지를 몇 군데 줄이거나 팀 단위로 나가 있는 워싱턴, 베이징 등의 인원을 줄이는 식이 되지 않을까 예상한다”고 말했다.
B 기자는 “프랑스어, 스페인어 등의 외국어 뉴스는 인건비가 상당히 나가는데 그렇다고 광고가 붙는 것도 아니라서 무조건 적자가 나는 서비스”라며 “국가기간통신사라서 하는 기능인데 계속 유지할 수 있을 것인지 경영진 입장에선 고민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부구독료 감액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이 없는 정부에 답답함을 느낀다는 의견도 나온다. C 기자는 “이번 감액으로 연합뉴스의 정체성이자 차별점인 부분들을 할 수 없게 된 역설적 상황이 발생한 것”이라며 “그런데도 감액 이유에 대한 설명이 나오지 않고 뜬금없다는 느낌에 납득이 되질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소위 ‘돈 되지 않은 곳’에 보내는 등 연합뉴스가 다른 언론사들이 하지 않는 여러 분야를 맡으면서 현장 기자들의 노동 강도는 매우 센 편이었다. 이번 삭감으로 기자들의 근로 의욕이 많이 깎인 상황이고 막막한 심정”이라고 덧붙였다. D 기자도 “기자들 사이에선 복지를 비롯해 취재·보도 활동에 위축이 될 수 있겠다는 걱정이 나온다”고 말했다.
정부구독료가 이전 수준으로 회복될 가능성은 희박할 거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공통적으로 나왔다. 그간 정부구독료 예산은 2017년 339억원, 2018년 332억원, 2019년 332억원, 2020년 319억원, 2021~2022년 328억원 등으로 편성돼 왔고, 연합뉴스 매출액(1800억원대)의 16~17%를 차지했다.
B 기자는 “앞으로 더 늘려줄 가능성이 없어 보인다는 게 더 심각한 문제”라며 “정부구독료 금액을 정해놓지 않고, 매년 (문체부와) 협상하는 식이라 한쪽에서 일방적으로 줄일 수 있는 구조인 건데 정부의 긴축 재정 기조와 맞물리며 연합뉴스 공적 기능 역할에 대해 설득하는 과정이 잘 이뤄지지 않은 것 같다”고 했다. 이어 “영업이익 감소로 경영상 엄청난 타격을 입는 건데 몇 배의 노력을 들여 광고 영업을 해도 현재 미디어 환경에서 매출을 급격하게 올릴 수 있는 상황도 아니고, 새로운 수익사업을 발굴한다는 게 쉽지 않아 회사의 미래에도 심각한 문제”라고 덧붙였다.
정부는 9월1일 내년도 예산안을 국회에 제출한다는 계획이다. 내년 연합뉴스 정부구독료는 국회에서 예산안이 통과되는 오는 12월쯤 확정된다. 연합뉴스는 국회 심사 과정에서 예산 증액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정부 동의를 받지 못해 무산됐던 앞선 사례를 보면 증액은 어려워 보인다. 지난해 11월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는 2023년 예산안 예비심사에서 정부구독료를 정부안보다 22억4000만원 증액하기로 의결했지만, 정부 동의를 얻지 못해 당초 제시된 예산안대로 정부구독료 예산이 확정된 바 있다.
한편 이번 기회에 국가기간통신사로서 연합뉴스가 제대로 된 역할을 했는지에 대한 자성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왔다. E 기자는 “그동안 대형 참사 보도나 국제 보도 등에서 우리가 지원을 받을 만한 일을 했는지, 배부른 돼지가 되어간 건 아닌지 돌아봐야 된다”며 “이번이 언론사로서 국가기간통신사로서 무슨 역할을 할 수 있을 건지 고민할 좋은 기회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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