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TN을 상대로 총액 8억원의 손해배상 소송과 형사 고소를 한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이 28일 취임했다. 고위공직 후보자로서 자신에 대한 인사검증 보도 등을 “악의적”이라 비난하며 형사 고소까지 한 당사자가 방송정책 등을 수립하고 시행하는 주무부처의 수장이 된 것이다. MB정부 때에 이어 재연된 YTN과 이동관 위원장의 악연이 향후 YTN 재승인과 지분 매각으로 인한 최대주주 변경 심사 등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이동관 위원장은 최근 두 차례에 걸쳐 YTN을 상대로 각각 3억원, 5억원에 달하는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하고 형사 고소도 진행했다. 먼저 지난 10일 YTN이 분당 흉기 난동 사건 뉴스를 전하며 이 위원장의 이미지를 사용한 것에 대해 “초상권, 명예권 등 인격권을 침해했다”며 3억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하고, 당시 방송 기록에 대한 증거보전까지 신청했다. YTN이 “단순 실수”라면서도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와 재발 방지 약속을 했지만, 이 위원장 측은 고의성이 있다고 주장하며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그리고 국회에서 인사청문회가 있던 지난 18일, YTN이 자신의 배우자 인사청탁 의혹 관련 추가 보도를 내놓자 이 위원장은 이 역시 “악의적”이라 주장하며 5억원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이 위원장 측은 소장에서 YTN에 대해 “후보자의 지명 전후에 걸쳐 객관성·공정성이 결여된 보도로 후보자 흠집내기에 치중해왔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제보 경위와 동기 및 그에 기한 보도의 경위 △방송프로그램에 의한 허위사실 적시 행위 △고의 및 비방의 목적 △공모 행위를 철저히 수사해 혐의사실이 밝혀지면 엄히 처벌해 달라고 요청했다.
고위공직자가 자신에 관한 언론 보도에 민·형사 소송으로 대응한 전례가 없는 건 아니지만, 이 위원장은 보도채널 등 방송 재허가·재승인과 규제를 총괄하는 기관장이란 점에서 사정이 다르다. YTN은 정부 주도로 공기업(한전KDN, 한국마사회) 지분 30.95%를 매각하는 절차를 밟고 있는데, 사실상 최종 단계인 최다액출자자(최대주주) 변경 승인 여부를 결정하는 게 방통위다. 새 대주주의 자격 요건을 심사하고, 그 과정에서 고용안정·공공성 보장 등 YTN측 요구 사항의 청취 여부와 반영 여부를 결정하는 것도 방통위다. 또 내년 3월에는 방통위의 YTN 재승인 심사가 이뤄진다. ‘고소인’(원고) 이 위원장이 방통위 수장으로서 ‘피고소인’(피고) YTN의 생살여탈과 지배구조 변화 등에 관한 결정 권한을 행사하는 위치에 있는 것이다. 이 위원장은 또 흉기 난동 사건 이미지 사용 오류 건에 대해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제재를 요구하는 민원을 넣기도 했는데, 민간 기구인 방심위가 법정제재를 결정할 경우 그 제재 명령을 내리는 주체는 방통위가 된다. 방통위가 위원장 개인의 민원 처리를 집행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는 의미다.
그러나 이 위원장은 취임 당일에도 YTN에 대한 소송 및 방심위 민원 취하 등의 입장은 따로 밝히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취임사를 통해 “무책임하게 가짜뉴스를 확산시키거나 특정 진영의 정파적인 이해만을 대변하는 행태는 반드시 바로잡아야 한다”며 엄벌주의 방침을 재차 강조했다.
Copyright @2004 한국기자협회.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