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체육관광부는 지난 1일 박보균 장관이 표완수 한국언론진흥재단 이사장을 불러 긴급 면담을 했다는 보도자료를 냈다. 면담 사실을 보도자료를 통해 알린 것도 이례적인데, 장관 발언 수위는 강했다. “어려움을 극복해 나가야 할 경영진이 수사 대상이 되고 있는 작금의 사태는 리더십 와해 상황으로 정상적인 경영을 기대하기 어렵다. 언론재단의 감독기관인 문체부의 장으로서 특단의 대책을 모색, 강구하고 있으며 실천할 수밖에 없다.”
‘특단의 대책 실천’ 발언은 이사장이 스스로 물러나지 않으면 해임할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됐다. 실제로 언론재단 안팎에서는 16일 열리는 정기이사회에서 표 이사장에 대한 해임 안건이 상정될 거라는 소문이 나온다. 표 이사장은 문재인 정부 때 임명됐으며, 임기는 올해 10월까지다. 표 이사장 등 언론재단 직원들은 정부광고지표 점수 조작 논란 관련한 보수단체 고발 사건으로 수사를 받고 있다. 언론재단은 최근 비영리 민간단체 지원사업 자체 조사에서 허술한 보조금 관리 정황이 나왔다며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문체부는 이 두 사안을 거론하며 “언론재단이 혼란과 갈등 상황에 직면해 있다”고 했다.
언론재단은 지난 4월 해외장기 연수자로 뽑힌 KBS 기자를 규정도 없는 현안 임원회의를 내세워 취소하고, 5월엔 언론계 안팎의 우려에도 가짜뉴스 피해 신고·상담센터를 설치해 논란을 빚었다. “정부광고지표 점수가 조작돼 신문사 광고단가 순위가 뒤바뀌었다”는 한 보수매체 보도 직후 언론재단이 홈페이지에 올린 설명자료는 삭제됐다.
지난달 17일엔 경영본부장이 이사장에게 보고도 하지 않고 정례적으로 열리는 간부회의 생략을 지시하는 일까지 있었다. 표 이사장은 ‘항명’이라고 비판하며 “지난 3월 중순 이래 재단은 퇴행을 거듭하고 있다”고 했다. 유병철 경영본부장, 남정호 미디어본부장, 정권현 정부광고본부장 등 언론재단 상임이사 3명은 지난 3월 중순 임명됐다.
언론재단 노조는 8일 오후 조합원 총회를 열어 최근 일련의 상황을 공유하고 성명서 채택을 의결했다. 조합원들은 회사 측에 비영리 민간단체 지원 사업 관련한 수사 의뢰를 즉시 철회할 것과 상임이사들의 상식적이지 않은 경영행태를 지적하는 내용을 성명서에 담기로 했다. 또 정부광고지표 점수 조작 논란 최초 보도의 시작으로 추정되는 이른바 ‘괴문서’ 작성과 외부 유출 경로에 대해 고소 고발을 진행하기로 했다. 재단 노조 관계자는 “회사가 직원들을 수사 의뢰한 사안과 이사장 해임 안건 상정 분위기 등이 조합원 총회로 이어졌다”며 “성명서에 적시한 요구 사항이 수용되지 않을 경우 대응 수위를 높일 계획”이라고 말했다.
Copyright @2004 한국기자협회.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