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명피해가 없어 다행이다.”
지난 4월 인천의 LH아파트 공사현장에서 주차장이 무너져내렸다는 소식을 전해 듣곤 안도감이 들었습니다. 인명피해가 없어서도 다행이었지만, 크게 기사를 쓸 일은 아니라고 생각해 그랬던 거 같습니다. 마침 출입처를 옮긴 지 얼마 안 된 시기라 GS건설과 LH 등 다양한 출입처 관계자들을 만났습니다. 편한 자리였는데 이상하게도 묘한 반발심 같은 게 들었습니다. 각자 유리한 입장만을 내세우며 책임을 떠넘기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 사고에 관심을 두게 된 이유입니다.
설계도와 초음파 사진 등을 입수해 취재를 이어갔습니다. 아파트 주차장은 설계부터 보강 철근 70%가 누락돼 있었습니다. 뿐만아니라 시공 과정에서 철근 30%가 추가로 빠져있었습니다. 설계사와 감리사, GS건설, LH 중 어느 한 곳에서라도 제대로 확인했다면 막을 수 있었던 일이었습니다. 보도 이후 ‘순살 자이’라는 비판이 쏟아졌고 주가도 하락했습니다. 결국, GS건설은 해당 아파트의 주차장뿐 아니라 주거동까지 ‘전면 재시공’ 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기자로서 뿌듯하고 행복하기만 할 줄 알았는데 여전히 아쉬움이 남습니다. 감리 문제, 하도급 의혹 등 남은 의문점은 여전하기 때문입니다. 이번 보도로는 사고 원인만 찾았을 뿐입니다.
GS건설 보도를 한 지 꼭 한 달째 되는 날, KBS 취재팀은 남양주 LH 아파트 주차장에 보강 철근이 빠져있다는 조사 결과를 확인해 단독 보도했습니다. 이런 일이 벌어지게 된 ‘구조’가 있고, 그 구조는 달라지지 않은 겁니다. 남은 의문점을 잊지 않고 끝까지 취재하는 기자가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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