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의 기자상] '일당 5억' 황제노역의 내막

[제394회 이달의 기자상] 이현영 SBS 탐사보도부 기자 / 기획보도 방송부문

이현영 SBS 기자

대주그룹 부도로 15년째 소송을 하고 있다는 피해자들과의 첫 만남은 의심으로 시작됐습니다. 허재호 전 회장에게 일당 5억원의 노역을 선고한 13년 전 ‘황제노역’ 판결 뒤 재판부 로비 의혹에 대한 이들의 주장은 믿기 힘들었습니다. 직접 허재호씨의 목소리를 듣기 전까진 말입니다. 허씨의 육성 통화 녹음을 기반으로 직접 허씨를 통해 사실 관계를 확인했습니다. 녹취파일에는 허씨의 노역 일당 5억원 판결 경위에 대한 대화가 담겨있었습니다. 허씨는 자신의 사위인 “김모 판사를 통해 A 전 부장판사에게 로비를 했다”고 말했습니다. 피해자들이 모아둔 수백 기가바이트 분량의 소송 자료들도 찬찬히 살펴봤습니다.


10여 년 전 대주그룹 부도 전후 상황과 지금에까지 이어지는 허씨의 발자취를 좇으며 사건의 단초가 될 만한 현장들을 훑어나갔습니다. 상상했던 것보다 지역 내에서 훨씬 더 많은 권력과 자본을 가지고 있었던 허씨 일가에 의해 재판부는 로비 대상으로 전락했습니다. 검경은 문제의 근본을 교묘히 비껴나간 불기소, 불송치 이유서 몇 장만으로 사건의 실체 파악을 더디게 만들었습니다. 허씨에게는 한없이 관대하던 국가기관들은 대주그룹 피해자들에게는 한없이 높은 벽이었습니다.


과거 280명이 넘던 대주그룹 사건 피해자들은 이제 30여명이 되어 아직도 허씨를 상대로 힘겨운 싸움을 이어나가고 있습니다. 허씨의 재수사와 법원의 추후 조치 등 진실이 규명될 때까지 계속 의심하며 취재를 이어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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