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 정치자금 분석. 새롭진 않은 취재 아이템입니다. 오마이뉴스만 하더라도 2016년부터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정보공개를 통해 받은 정치자금 수입·지출내역 전체를 데이터화 해 시민들에게 공개하고 이를 분석, 보도하고 있습니다. 이제는 다른 언론사들도 같은 자료를 두고 보도를 하는 상황이라 소위 ‘얘기가 된다’는 아이템이 점점 줄어드는 것도 사실입니다. 언론의 감시가 이어지니 과거처럼 정치자금으로 노래방을 간다거나 동창회비를 낸다거나 하는 의원이 점차 줄어들었기 때문입니다.
손도 많이 가는 취재입니다. 선관위에 신청해서 받은 자료들은 PDF 파일입니다. 이 자료를 OCR 프로그램(이미지를 텍스트로 변환해주는 프로그램)으로 돌리고 그 결과를 일일이 검수해서 액셀 파일로 만듭니다. 당장의 결과물을 볼 수 없는 부단한 노동이 들어가고 이를 위한 비용도 발생합니다. 오마이뉴스·경향신문·뉴스타파 3사가 힘을 합친 이유도 사실 이런 사정이 큽니다. 2022년 국회의원 정치자금 수입·지출 보고서는 총 1만9890매, 내역만 약 12만건이었습니다.
하지만 이처럼 소위 ‘가성비’가 떨어지는 아이템을 수년째 공개하고 보도하는 이유는 있습니다. 정치자금 사용내역에 대한 유권자의 알 권리를 과도하게 제한하고 있는 현행 정치자금법에 대한 문제의식 때문입니다. 의원들이 시민들의 귀하지만 작은 후원금을 받아서 허투루 쓰지 않는지 감시하는 것은 당연한 책무라 굳이 말을 보태지 않겠습니다.
현행법상 정치자금 정보공개는 공고일로부터 3개월간으로 제한됩니다. 또 선거비용에 한해서만 인터넷 공개가 가능한데 이는 강제규정조차 아닙니다. 게다가 사용내역에 대한 사본교부는 선관위에 서면으로 신청토록 돼 있고 그에 필요한 비용은 신청자가 부담토록 합니다. 시민들이 쉽게 접근하고 들여다보기 어렵습니다. 결국 일부 언론과 시민단체의 노력 없이는 그 투명성이 제대로 확보되지 않는 시스템인 셈입니다.
2018년 미 연방선관위를 방문한 적 있습니다. 그곳에선 누가 누구에게 얼마를 기부했고, 기부자의 직업과 고용주가 누군지와 같은 세세한 정보를 클릭 한 번으로 알 수 있었습니다. 정치자금의 투명한 감시를 목표로 둔 미국의 비영리 시민단체인 정치반응센터(CRP)도 만났습니다. 그곳의 셰일라 크롬홀츠 대표는 “정치가 올바르게 운영되려면 국민들이 실상을 볼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며 “국민들이 정치를 불신하게 되면 참여하지 않게 되고 그러면, 더 이상 ‘국민의,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 민주주의는 실현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참고로, 지난 3월 공개된 한국행정연구원의 ‘2022년 사회통합실태조사’ 결과, 국회 신뢰도는 조사 대상 기관 중 가장 낮았습니다. 최근 10년 동안 꼴찌입니다. 그런 면에서 정치자금에 대한 투명성 강화는 가뜩이나 낮은 국회 신뢰도를 조금이나마 높이고 ‘정치개혁’의 동력을 만들 수 있는 방안이라 생각합니다. 이제 국회나 선관위도 ‘바꿔보자’는 언론과 시민단체의 목소리에 응답할 때가 아닐까요.
어쩌다 제가 대표로 취재후기를 쓰게 됐지만 저보다 다른 많은 분들의 노고가 쌓인 기사들입니다. 오마이뉴스·경향신문·뉴스타파 3사의 공동취재를 이끌어주신 선배·동료분들께 고마움을 표합니다. 또한 여기에 귀한 상을 더해 격려해주신 한국기자협회에 다시 감사를 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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