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의 기자상] 이주민 250만 시대, 스포츠로 경계를 넘다

[제394회 이달의 기자상] 이준희 한겨레신문 스포츠팀 기자 / 기획보도 신문·통신부문

이준희 한겨레신문 기자

스포츠팀에 온 지 약 6달이 됐을 때, 트라이애슬론 국가대표인 고 최숙현 선수가 팀 내 폭력을 못 이겨 세상을 떠났습니다. 여론은 들끓었고, 언론도 보도를 이어갔습니다. 이른바 ‘최숙현법’이 만들어졌고, 스포츠윤리센터가 탄생했습니다. 엘리트 중심 스포츠가 아니라 모두를 위한 스포츠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커졌습니다. 스포츠혁신위원회는 혁신안을 내놨고, 권고에 따라 스포츠기본법도 만들었습니다.


하지만 거기까지였습니다. 여론 관심이 잦아들자 한국 스포츠는 다시 원래 자리를 찾아가기 시작했습니다. “이번에는 바꾸자”며 만들었던 법과 제도에 대한 기성 체육계의 공격이 이어졌습니다. 문제는 이 과정이 새로운 스포츠를 더 견고하고 세밀하게 하는 과정이 아니라 그나마 만들었던 변화를 모두 되돌리려는 시도에 가까웠다는 점입니다. 그 배경에는 옛것을 비판하는 데 익숙하지만, 새것을 모색하는데 인색한 언론이 있었습니다.


‘모두를 위한 스포츠’를 구체화하고 싶다는 열망을 품고 있던 차에 2022 카타르월드컵을 보며 아이디어를 얻었습니다. 서로 말이 통하지 않아도 함께할 수 있는 스포츠가 이주사회로 접어든 한국에서 역할을 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관련 자료나 연구가 거의 없어, 무작정 외국인 지원 센터 등을 돌았습니다. 열악한 현실 속에서도 이주민 포용을 위한 스포츠를 이어가고 있는 이들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점으로 나뉜 그들을 이으며 이번 기획이 탄생했습니다.


무엇보다 이번 기사를 준비하면서 이주민들이 스포츠에 참여할 때 겪는 문제점이 선주민들이 마주하는 벽과 맞닿아있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가장 약한 이들에 대한 지원은 결국 사회 전체로 이어진다는 믿음을 가진 사람들이 일군 국외 사례도 접할 수 있었습니다. “스포츠는 기본권”이라는 그들의 말이 오래 마음에 남았습니다. 사회 곳곳의 운동할 권리를 위해 더 많이 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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