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년 만에 돌아온 실세... '공산당 기관지' 운운

이동관 방통위원장 후보 첫 출근
언론계 비판도 아랑곳 않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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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만약 언론을 장악하기 위해 어떤 지시, 실행 또 분명한 결과가 나왔다면 오늘 이 자리에 설 수 있었겠습니까.”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 후보가 1일 인사청문회 준비를 위해 정부과천청사 인근에 마련된 사무실로 처음 출근하며 기자들 앞에서 한 말이다.


이명박 정부 시절 청와대 대변인, 홍보수석, 언론특보 등을 지낸 이 후보는 당시 ‘언론장악’을 주도한 인물로 꼽혀 야당과 언론계의 비판을 받는 인물이다. 윤석열 정부 들어 대통령실 대외협력특보를 맡아온 그는 지난달 28일 신임 방통위원장으로 지명됐다. 언론계는 즉각 반발했다. 이날 한국기자협회와 전국언론노동조합 등 7개 언론현업단체는 기자회견을 열어 “윤석열 정권의 방송장악, 언론통제 시도에 맞서겠다”며 지명철회 촉구 투쟁에 돌입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달 28일 새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에 이동관 대통령실 대외협력특보를 지명했다. 이 특보는 이명박 정부 시절 ‘언론장악’을 주도한 인물로 꼽혀 야당과 언론계의 비판을 받아왔다. 윤 대통령은 1일 이 후보에 대한 인사청문 요청서를 국회에 송부했다. 인사청문회는 임시국회가 시작되는 이달 셋째 주중 열릴 것으로 전망된다. /뉴시스


이 후보는 언론계의 거센 비판에 아랑곳하지 않는 듯한 모습이었다. 1일 첫 출근길에 미소를 띠며 등장한 그는 “언론자유는 자유민주 헌정질서에서 가장 중요한 가치라고 생각한다”며 “최근 저를 둘러싼 언론장악 논란에 아쉬움과 안타까움이 있지만, 반드시 말하고 싶은 건 언론은 장악될 수 없고 또 장악해서도 안 되는 영역이라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이어 “다만 자유에는 반드시 책임이 뒤따라야 한다”며 “무책임하게 가짜뉴스를 퍼 나르거나 특정 진영, 정파의 이해에 바탕을 둔 논리나 주장을 전달하는 건 언론 본 영역에서 이탈하는 거다. 과거 선전·선동을 능수능란하게 했던 공산당의 신문·방송을 언론이라고 이야기하지 않고 기관지라고 부르는 이유는 사실과 진실이 아닌 주장을 전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 후보는 ‘소위 기관지 같은 언론이 있다고 생각하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그건 국민이 판단하고 본인들이 잘 알 것”이라며 “언론 본연의 역할은 검증하고 의심하고 확인해서 최대한 객관적이고 공정하게 전달하는 것이다. 제가 이야기하는 것도 의심하고 검증해달라”고 답했다.


언론장악과 무관하다는 이 후보의 주장과 달리 언론계는 근거를 내세워 그의 자격을 지적하고 있다. 전국언론노조 KBS본부는 지난달 31일 성명을 발표해 “MB정권(이명박 정부) 가장 앞자리에서 공영방송 탄압과 길들이기를 지시하고 실행한 인물이 바로 이동관 후보”라며 “KBS 라디오에 주례연설을 편성해 이명박 전 대통령의 말씀을 전달하고, 아침마당 등 대표 프로그램은 정권의 홍보도구로 전락했다. 보도·프로그램의 제작 자율성은 무시됐고 이에 저항하는 구성원들에게는 인사보복이 뒤따르면서 KBS의 신뢰도는 곤두박질쳤다”고 했다.


지난달 경향신문이 보도한 ‘2017~2018년 서울중앙지검 국정원 수사팀의 보고서’에는 이명박 정부 시절 이 후보의 행적이 기록돼 있다. 일례로 이 후보가 청와대 홍보수석이던 2010년 3월 국정원이 작성한 ‘MBC 정상화 전략 및 추진방안’ 문건에는 MBC를 와해시키기 위한 세부 계획 등이 담겼다. 중앙지검 수사팀은 해당 문건을 두고 “홍보수석실이 국정원을 통해 MBC에 대해 청와대의 지시를 잘 따르는 경영진을 구축하고 정부 비판 방송을 제작하는 기자·피디·간부진을 모두 퇴출시키는 등 방송사 장악의 계획을 세운 것으로 판단된다”고 기재했다.


전국언론노조 MBC본부는 지난달 31일 성명에서 “검찰조차도 이동관이 방송장악의 배후임을 명확히 했다. 당시 서울중앙지검장은 윤석열 대통령”이라며 “이동관 지명은 하루빨리 공영방송 장악을 마무리하려는 결정판으로 볼 수밖에 없다. 윤석열 정권이 몰상식과 불합리, 불통과 막무가내 행보를 계속한다면 임계점에 달한 국민적 분노와 저항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했다.


언론현업·시민단체들은 이 후보 지명 철회와 사퇴를 촉구하며 거리로 나섰다. 이와 함께 방통위 해체 운동도 시작했다. 윤창현 전국언론노조 위원장은 지난달 3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개최한 언론현업·시민단체 공동 기자회견에서 “윤석열 정권은 합의적 기구로서 방통위의 위상을 다 내팽개치고 국민과 언론인이 반대하든 말든 내 마음대로 하겠다는 폭력을 실현하고 있다”며 “방통위 해체를 통한 미디어 정책의 진정한 정상화, 민주화를 위해 다시 싸우겠다”고 말했다.


김동훈 한국기자협회장도 이 자리에서 “방송장악위원회가 된 방통위라면 차라리 없애야 한다. 야당인 더불어민주당도 향후 방통위원 추천을 거부하고 방통위 운영을 전면 보이콧해야 한다”며 “현업 언론인들은 헌법적 가치를 훼손하고 언론자유를 침해하는 정권의 언론장악 시도에 단호하고 결연하게 대처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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